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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Sep 14. 2019

독립출판을 이해하기 위한 3가지 질문

런어데이 프로젝트 #5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출판이다. 정확히 말하면, 출판 가운데서도 독립출판. 사실상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가 콘텐츠의 출판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서비스여서, 브런치를 블로그 형태의 온라인 독립출판 서비스로 생각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브런치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브런치북도 e북으로 출판되는 일종의 독립출판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독립출판이 기존의 출판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최근 들어 '독립출판'이라는 말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독립출판이라는 표현은 꽤 잘 만든 표현 같다. 인디 퍼블리싱(indie Publishing)을 독립출판으로 번역해서 표현한 것 같은데, 뭐 인디라는 말 자체가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스의 준말이니까 선뜻 이해가 간다. 사실, 인디밴드의 경우 독립 악단이라고 표현하면, 뭔가 굉장히 어색한데, 인디 퍼블리싱의 경우는 반대다. 독립출판이라는 표현이 인디 퍼블리싱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다. 음, 어쩌면, 독립출판이라는 말을 외국에서 인디 퍼블리싱으로 번역한 건 아닐까?(물론, 아니다. 확실히..음음)


어쨌든, 인디밴드가 대형 기획사를 통하지 않는 것처럼, 독립출판 역시 기성 출판사를 통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출판 경로인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출판을 진행하고 자신의 책을 유통한다. 출판사가 검증된 저자 또는 콘텐츠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과 운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 독립출판은 대중성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부분에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생적으로 대중성과 상업성과 거리가 있는 독립출판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와 가이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과거 책을 출판하려면 일정 부수 이상의 인쇄와 제작을 해야만 했던 환경과 다르게, POD처럼 주문형 인쇄 및 제작 관련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소량이라도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점에 인쇄 및 제작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원고를 출판이 가능한 책의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디자인 같은 편집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인디자인 없이도 출판이 가능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룰루닷컴(외국), 부크크(국내) 무료로 출판 및 판매까지 가능하다. 인디자인 없이 가능하며,  ISBN등록까지 무료 대행 해준다.

 

#2 왜 독립출판이 주목받고 있나?

출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독립출판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 같다. 하지만 독립출판에 대한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이 단순히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분석은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출판에 대한 기술적, 비용적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과 동시에 개인이 취향과 개성의 표현을 통해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증명하고자 하는, 일종의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이 사회적으로 커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취미를 배우는 클래스나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 크게 유행하는 것처럼, 독립출판 역시 획일화된 문화보다는 취미와 취향처럼 개인의 다양한 개성이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적 흐름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출판의 유행과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 독립서점이다.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소규모 로컬 서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 지역 서점의 멸종을 예견했지만, 실상은 오히려 독립서점, 동네서점이라는 형태로 새로운 콘셉트의 서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립서점 지도(출처 경향신문)

인터넷서점은 책을 고른다기보다는,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책을 가장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대형서점의 경우, 획일화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중심의 서적 전시와 판매로 인해 고객에게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서점으로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동네서점들은 일종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규모의 서점이지만, 자신만의 시선으로 책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서점, 또는 그런 맥락의 로컬 상점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한권의 책만 소개하는 한 권의 서점, 독립출판이라면 유어마인드, 서점은 아니지만 인상깊은 종이잡지클럽


#3 서점은 과연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인가?

독립출판의 유행을 보며, 관심이 생겨서 살펴본 책이 '서점은 죽지 않는다'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이 책은 독립출판보다는, 서점이라는 업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찰에 가까운 책이다. 우리나라가 겪은 서점의 위기를 일본 역시 겪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고, 대형 서점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됐지만, 여전히 소규모의 다양한 서점들이 성업 중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저자가 서점 자체를 단순한 상점이 아닌, 한 사회의 지식과 개성이 시민들과 만나는 통로로 생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점은 과연 죽지 않고 살아 남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역시, 서점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물론 대다수의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이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서점을 한 사회의 지식과 개성이 시민들과 만나는 통로로 생각할 때,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사회적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독립출판이 대중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며시 런어데이에서 직접 준비한 독립출판 강연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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