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41, 6개월간의 기록을 정리하며 느낀 점
올해 3월부터 스타트업41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지가 벌써 6개월이 됐다. 사실 별생각 없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잘 정리하고 기록해두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브런치 글을 통해서 생각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름 재밌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브런치 BI에 함께 표시됐던 beta 표시가 없어졌다. 이제 beta 딱지를 떼고 정식 서비스로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브런치에서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가 브런치북 서비스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브런치북이라는 서비스가 사실상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어떤 플랫폼인가를 보여주는 열쇠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브런치는 애초에 책이라는 형태의 퍼블리싱을 염두에 둔 플랫폼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소비자를 확보하지 못한, 초기 온라인 플랫폼의 성패는 대부분 콘텐츠 생산자를 어떻게 끌어들이는가에 따라 판가름 난다. 콘텐츠 생산자의 참여와 활동이 유저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나와야만 플랫폼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의 주요 전략은 사실상 콘텐츠 생산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의 민족이 콘텐츠 공급자라 할 수 있는 음식점 업체들에 대한 수수료 부분에서 효과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시장 우위를 확실히 가져간 점, 유튜브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직접적인 수익모델을 제시한 전략 등이 모두 그런 사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브런치는 콘텐츠 생산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beta 딱지를 떼는 동시에 런칭된 브런치북 서비스에 있다. 바로 책을 출판하는 것. 결국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생산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구독자를 늘리거나, 조회수를 늘리는데 머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를 출판물로 만들어내고, 맥락을 가진 기록의 집합체로 만들어내고 공유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브런치가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브런치북은 브런치가 어떤 플랫폼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생각된다.
스타트업41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북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동안 작성한 글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정리해 볼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지난 6개월간의 기록을 되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글과 장면들을 정리해봤다.
브런치는 이제 막 브런치를 시작한 작가들의 콘텐츠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서인지, Daum에 브런치 글을 자주 노출시켜 주는 것 같다. 스타트업41에 작성한 글들 중에 5개의 글이 다음에 소개됐다. 브런치는 조회수 1000 단위로 핸드폰 알림을 보내주는데, 그런 알림이 오는 건 대부분 다음에 글이 소개됐을 때였다.
다음에 소개된 브런치 글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글은 배달의 민족이 요기요를 압도하는 이유였다. 배달의 민족은 요기요 뿐 아니라, 다른 글들도 압도했다. 다음에 소개된 다른 글들은 조회수가 많이 나오더라도, 공유로 까지 연결되진 않았는데, 배달의 민족 글은 800에 가까운 공유수를 기록했다. 재밌는 부분은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구독자가 느는 것보다, 공유수가 늘어날 때 구독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확연히 많았다는 점이다.
이 글이 기억에 남는 건, 브런치에서 다음에 노출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공유를 통해서 꽤 높은 조회수와 반응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이라는 포털의 화력을 지원받지 않고, 독자의 공유만으로 반응이 나왔다는 점이 나름 의미 있게 생각됐다.
글에서 다룬 바나프레소는 요즘도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들르고 있다. 가성비 좋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삼키는 게 무더운 출근길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이제 가을이 오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그 즐거움을 대신할 것 같다.
점심시간에 들른 국수전문점 풍국면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적어본 글인데, 이 글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일단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풍국면 대표님께서 어떻게 이 글을 보시고 직접 연락을 주셨다. 아쉽게도 풍국면 본사와 공장이 대구에 있어서 따로 내려가 뵙진 못했지만, 조만간 일정을 잡아서 뵙는 걸로 말씀을 나눴다. 생각지도 못하게 연락을 주시고, 소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조만간, 풍국면 대표님께 풍국면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또 한 가지는, 이 글을 쓰고 나서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이 들어온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브런치 글을 브런치북이나 POD북으로 만드는 것 까지는 생각해 봤지만, 정식 출판까지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브런치 글은 온라인에 맞춰서 작성됐기 때문에, 일단 정식 출판을 하려면 별도의 새로운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됐다. 결국 현업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무리가 될 것 같아서, 일단 출판은 좀 더 시간을 가진 뒤에 생각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삼성과 네이버 걱정이라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이 글은 네이버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콘텐츠 생산자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네이버와 유튜브를 비교해 본 글이었다. 다음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모비인사이드라는 매체에서 이 글을 시작으로 스타트업41 브런치글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이 매체의 필진이 된 건데, 뭐 브런치 글을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니 흔쾌히 OK 했다. 모비인사이드라는 매체 말고도, 이 글을 작성할 때 전후해서 메이저 오픈마켓에서 신규 런칭 서비스의 필진 제안이 왔는데,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정과 방향이 차이나는 부분이 있어 진행은 하지 못했다.
이 글은 브런치 글이지만, 다음이 아닌 네이버에 소개가 됐다. 어떻게 브런치 글이 네이버 비즈니스 섹션 메인에 노출이 됐을까? 비밀은 스타트업41 글을 소개했던 모비인사이드였다. 모비인사이드 쪽에서 개설한 네이버 블로그에 이 글이 올라가면서 그 포스트가 네이버 메인에 노출이 됐다.
물론, 네이버 노출 건으로 인한 유입은 대부분 모비인사이드 블로그 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아웃링크가 아닌 인링크 방식으로 소개를 하기 때문인데, ㅍㅍㅅㅅ와 비슷한 전략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지난 6개월의 기록을 정리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가 시간의 상당 부분을 글을 쓰는데 소비하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있었다. 넷플릭스도 보고 싶고, 아이들과 게임도 하고 싶고, 소파에 앉아 맥주 마시면서 하루키 글도 읽고 싶긴 한데, 그런 부분을 조금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놀이와 여가가 없으면 균형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력이 없으면 출력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놀이와 여가는 굉장히 중요한 입력 소스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글은 앞으로도 꾸준히 써볼 생각이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여전히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이제 스타트업41 시즌2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시즌2에는 브런치에서 만든 콘텐츠를 가지고 어떻게 다른 플랫폼이나 콘텐츠로 확장을 시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또한 어떻게 하면 콘텐츠가 스스로 자립하고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좀 더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해봐야겠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그로스해킹이다. 마케팅 관점과 방법론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본질적인 의미는 어떻게든 성장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함축한다. 그로스해킹을 광의의 의미로 그리고 개인의 차원으로 연장해 보면, 그로스해킹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자주 하는 생각인데, 스타트업 자체보다는 스타트업적인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럼 스타트업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그게 스타트업적인 것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