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이슈를 보며 느낀 점
공유 오피스 트렌드를 이끌며 전 세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위워크가 휘청거리고 있다. 상장 철회, 매출과 맘먹는 엄청난 적자규모, CEO 모럴해저드까지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요지에 하나 둘 지점을 늘려갈 때만 해도, 위워크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상황이 꽤 심각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대규모로 추가 자금을 밀어 넣었다. 추가로 밀어 넣는 자금은 50억 달러, 한화로 6조 가량의 금액이다. 당장 파산할 수도 있는 회사에 밀어 넣는 금액으로는 엄청난 규모다. 추가로 태우는 6조까지 합하면 이제까지 비전펀드에서 위워크에 투자한 돈만 대략 20조, 위워크가 잘못 터지면 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우버나 슬랙처럼 손정의가 투자금을 밀어 넣은 핵심 기업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우버, 슬랙 주가는 끝을 모르고 계속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두 기업 모두 명성과는 달리 적자 폭이 상당하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위워크에 대해 '묻고 더블로'를 외친 손정의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위워크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부동산 임대라기보다는 전대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임대와 달리, 전대는 임차인이 또 다른 임차인을 구해 재임대하는 것을 뜻한다.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이런 전대 형식을 취한다. 위워크는 사무공간으로 쓸 부동산을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임대한 뒤, 임대한 사무공간을 쪼개서 월 단위의 공유 오피스로 재임대한다. 결국 장기계약으로 저렴하게 일정 규모의 부동산을 빌려서, 이걸 잘게 쪼개 단기 계약으로 비싸게 빌려주는 것이 이 회사의 핵심적인 사업 모델이다.
위워크의 이런 전대 방식은 얼핏 부동산 불황기에 리스크가 커질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에는 임차인들의 임대 부담이 높아져, 단기 계약으로 임대 부담이 덜 한 공유 오피스의 수요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 사업은 리먼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성장한다. 위워크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데스크도 금융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금융위기로 중대형 기업의 규모와 수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공유 오피스를 필요로 하는 소규모의 사업자와 비즈니스들은 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소규모 사업자와 비즈니스들이 필요로 하는 아웃소싱이나 네트워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공유 오피스 솔루션과 콘셉트로 위워크는 성장을 거듭했다.
위워크의 이런 행보는, 위워크가 결국 부동산회사가 아닌 테크회사로 포지셔닝하고자 함을 보여준다. 위워크는 부담 없는 단기 임대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일하는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결국 '테크', 즉 공간과 업무에 대한 새로운 콘셉트와 솔루션이 필요하다.
위워크의 매출은 매년 100프로 이상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적자도 매출만큼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달러를 벌기 위해 2달러를 쓰는 기업 위워크. IPO는 무산됐지만, 공개된 IPO 보고서의 비용구조는 아무래도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Location Operating Expenses : $1.23B
Other Operating Expenses : $80M
Pre-opening Location Expenses : $255M
Sales & Marketing Expenses : $320M
Growth & New Market Development Expenses : $369M
General & Administrative Expenses $389M
Depreciation & Amortization $255M
(참고:FAST TRACK ASIA)
매출은 상반기에만 1조를 훌쩍 뛰어넘었다. 엄청난 성장세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영업손실 역시 엄청나다. 비용구조를 보면 더 심각해 보인다. 원가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공간 임대비용에만 1조가 넘는 돈이 들어갔다. 매출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건 마케팅과 운영 비용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비중이 지나치게 큰 것 아닌가 싶다.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비용과 합치면 역시 1조를 상회한다. 매출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최근 매스컴으로부터 두들겨 맞은 이유도 아마 이런 비용구조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어쨌든, 이런 암울한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위워크의 경영권까지 가져오며 '묻고 더블로'를 외친 손정의.
과연 새로운 주인을 만난 위워크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