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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Apr 25. 2024

이상하고 아름다운 웹소설 나라

편견을 깨는 책 세상

웹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문피아 사이트를 방문했다.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판현무(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를 쓰려는 신인 지망생은 문피아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앱을 내려받아 깔고 문피아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곧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웹소설이라고?



이거 웹소설 맞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표지였다.


사실 책 표지는 어때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내가 서점에서 봐 왔던 책 표지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미지보다 제목을 더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이미지가 들어가더라도 책 내용과 부합하는 사물이나 추상적인 표지일 경우가 많았으며, 인물 그림이 있어도 만화체가 아니었고, 만화체 그림일 경우 딱딱한 책 내용을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웹소설 표지는 다 인물들이었다. 표지만 보자면 이게 소설인지 만화책인지 구분이 안 갔다. 그래, 전부 만화책 표지 같았다. 잠깐이나마 내가 만화 사이트를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겉표지만 저렇고 안은 만화가 아니라 소설인 건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던 나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제목은 또 왜 이런 거야?



제목이 왜 이래?


역시나 책 제목은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다. 물론 책 제목에도 트렌드는 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40대라면 읽어야 할~>처럼 살면서 혹은 그 나이대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책 제목은 꾸준히 있어 왔으니까. 그래도 <칼의 노래> <소년이 온다>처럼 은유적이면서도 멋진 제목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판타지 소설이라 할지라도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는 얼마나 근사한 제목인가.


그런데 웹소설 제목은 모두가 직설적이었다. 읽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SSSS급 스킬을 가진~> <~로 회귀했다, 환생했다, 빙의했다> ...


일반 소설과는 달리 명사형으로 끝마치는 제목도 많았다.


<~를 숨김> <~가 보임> <~를 잘함> <~를 좋아함> ...


나중에야 알았다.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는 제목을 이렇게 지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처음 웹소설을 접한 나로서는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었다.



필명은 또...


거의 대부분 본명을 쓰는 일반 소설 쪽과 달리 웹소설은 필명을 쓰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멋진 이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필명도 종종 보였다. 브런치 작가 이름인 '불이삭금'을 짓는 데도 그 안에 많은 뜻을 담으려고 얼마나 고민했는데.(지금 내 웹소설 필명은 다른 이름이다) 다른 작가들의 필명은 상당히 캐주얼해 보였다.


이런 게 웹소설인가? 표지와 제목, 필명만 봐도 내가 알던 '소설'과는 뭔가 많이 다른 거 같은데.


그저 일반적인 소설을 잘게 쪼개 웹에 업로드하는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맞는 걸까.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당연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



편견을 한 꺼풀 벗겨내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애초에 내가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뭐였던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였다. 굳이 종이책을 내지 않더라도 웹이라는 편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보다 쉽게 독자와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문피아 사이트에 와 보고 내가 놀라 망설였던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때문이었다.


앞서 '책 표지는 어때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다', '제목은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다'며 쿨한 척했지만. 사실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모름지기 책이라면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소설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그랬기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겉모습을 봤을 때 기겁을 다. 소설이건 웹소설이건, 중요한 건 글을 쓰는 거라고 실컷 똥폼 잡아놓고 막상 웹소설을 대면하자 가지고 있던 편견 때문에 당황했던 거였다. 그것도 아직 웹소설 한 번 읽어 보지 않고 그저 표지와 제목만 본 상태에서 섣부르게 재단하면서.


깨인 사람인 척, 생각이 트인 사람인 척했지만. 결국 나도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걸 인정하자 다음 수순은 명확했다. 내가 생각하던 것을 웹소설로 나갈 있을지, 웹소설에 대해 조금 알아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


쓰고 있던 색안경을 잠시 내려놓고 웹소설 하나를 클릭했다.

거기에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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