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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May 09. 2024

웹소설 작가가 되는 법

드디어 문피아에 글을 올리다

웹소설 작가가 되는 법


신인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거나 '문피아' 웹사이트에 바로 글을 올리는 것. 일반적으로 남성향이라 불리는 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 등은 투고보다는 문피아 사이트를 통해 올리는 사람이 많다. 기성 작가들도 그걸 더 많이 권하고 있기도 하고.


문피아가 아니라 네이버 시리즈나 카카오에 글을 올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리즈나 카카오에 가려면 매니지(남성향 웹소설에서는 출판사를 '매니지'라 부른다)와 계약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신인이 매니지와 계약을 할 때도 원고 투고를 하는 것보다 문피아 사이트를 통해 선택받는 게(일명 '컨택'을 당하는 게) 더 낫다.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통과가 된다는 건 출판사 편집자가 그 글이 재미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피아에 글을 올리게 되면 수많은 독자들이 판단해 준다. 글이 재미 있는지 없는지. 모든 것은 조회수로 나타난다.


문피아에서는 작가가 무료로 글을 한 편씩 올리고, 그 글이 인기를 얻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면 뒷내용은 유료화를 해서 작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인기가 많은 글은 독자들이 돈을 내고 사서라도 뒷내용을 읽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25화~70화 정도까지 무료로 연재하며 독자를 모으다가, 일정 수준 이상의 독자가 모이면 그때는 26화부터 유료 판매를 시작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독자는 최소 25화까지는 무료로 읽으면서 이 웹소설 뒷부분을 돈 주고 사서 읽을 만한지 가늠해 볼 수 있고, 작가는 (글이 충분히 재미있을 경우) 26화 이부터 유료 판매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



오로지 독자의 눈으로만


문피아 사이트에서는 오로지 독자의 눈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한다. 얼마나 많은 독자가 이 웹소설을 따라오며 함께 읽느냐가 판단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독자들은 냉정해서 재미있는 글에는 몰려들고, 재미없는 글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문피아에 글을 올려 보면 독자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요즘 트렌드는 뭔지 바로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혼자 웹소설을 쓰면서 '이게 잘 쓴 건가? 재미가 있으려나?' 고민하는 것보다,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편집자 몇 명의 판단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문피아에 글을 직접 올리고 독자들의 반응을 체감하면서 구르는 편이 여러 모로 훨씬 낫다는 게 적어도 남성향에서는 중론이다.


그래서, 나도 문피아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신인 작가의 등용문, 문피아


문피아에서는 누구든지 아이디와 필명만 지으면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 나이가 많건, 신인이건 그런 건 상관없다. 사람들은 오로지 글만 보고 판단할 것이며 글이 재미있다면 수많은 독자들이 몰려 결국 유료화할 수 있다. 무료로 올린 글을 결국 유료로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건 바로 투데이 베스트, 줄여서 '투베'라 불리는 시스템 덕분다.


투베에서는 가장 최근에 올린 글의 24시간 이내의 조회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모든 문피아 작가들은 이 투베에서 20등 안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글이 유료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무료로 함께 글을 읽던 사람들이 모두 사서 읽는 것은 아니다. 무료 독자 중 절반이 유료를 구매한다고 하면 대박인 것이고, 보통은 함께 읽던 사람 중 20~25% 정도가 유료를 구매한다. 그러니 무료로 글을 올리는 동안 가능한 많은 독자를 모으려고 애쓰는데, 흔히 투베 20등 안쪽이면 유료화를 하더라도 괜찮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반드시 20등 안에 들어야 유료화를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오는 독자가 적어 수입은 적어지겠지만 40등 안쪽에서 유료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리고 문피아가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시킨다면 그보다 훨씬 더 낮등수로도 유료화해서 자신의 웹소설을 판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베에서 80~100등 안쪽에 들게 되면 매니지에서 하나둘씩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자기들과 출간 계약을 맺자고. 이런 연락을 '컨택'이라 부르는데, 당연한 일이겠지만 투베 등수에 따라 컨택이 오는 매니지가 달라진다. 등수가 낮을 때는 소규모 매니지에서 가뭄에 콩 나듯 가끔 한 번 컨택이 오지만, 등수가 오를수록 수많은 대형 매니지에서 앞다투어 컨택을 한다. 그러면 작가는 그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의 매니지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들 기를 쓰고 투베를 등반하려 한다. 20등 안에 들기를, 아무리 못해도 40등 안에는 들기를 바라면서. 투베에 들지 못하는 글은 독자들의 눈에 띄지 못하고 깊은 바다로 가라앉아 버린다. 그나마 예전에는 투베를 100등까지 표기했는데, 지금은 200등까지 표기해주고 있다. 수많은 글 중에 일단 200등 안에 들기만 하면 독자들이나 매니지의 눈에 띌 '가능성'이 조금은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름 없는 신인이라도 글만 재미있게 쓰면 바로 독자를 모아서 자신의 글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문피아는 신인 작가의 등용문이라 불린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읽는 사람이.



에베레스트보다 더 험한, 투베 등반의 길


초짜 신인에게도 기회가 생긴다니 공평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신인이 도전하기에 만만한 시스템은 결코 아니다. 이곳이 오직 신인만 글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기성 작가들도 소설을 올리고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면 쉽다. 그곳에 가면 BTS, 아이유, 임영웅, 박효신, 블랙핑크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 누가 굳이 실력도 검증 안 된 모르는 신인의 노래를 들으려 하겠는가.


글도 마찬가지다. 인기 작가의 글만 읽기도 벅찬데, 투베 200등 안에도 못 드는 글을 굳이 클릭해서 읽을 독자는 많지 않다.


이미 팬덤이 확고한 기성 작가들은 5화만 올려도 바로 투베 20등 안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생짜 신인은 매일 한 편씩 100화가 넘도록 무료로 글을 올려도 200등 안에 못 드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다 결국 유료화를 못하고 무료로 소설을 완결 짓게 된다.


그렇다면 아무런 기반도 이름도 없는 신인은 투베를 오르는 게 불가능한가? 하지만 문피아에는 이런 말도 있다. 뜰글뜰. 뜰 글은 언젠가는 반드시 뜬다는 거다.


재미만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독자들은 모이게 되고, 추천 글도 써 주고, 응원도 해 준다. 그러다 보면 입소문이 퍼져 투베 등반에 성공하게 되는 거다. 시기가 조금 빠르거나 늦을 수는 있지만, 결국 뜰 글은 뜨게 되어 있다. 그러니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오로지 글에만 신경 써라.


나도 그 말을 믿고 열심히 이야기를 구상했다. 에피소드를 짜고, 캐릭터를 만들고. 이윽고 소개글도 적고, 문피아에 내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직 돈을 받고 글을 판매할 수 있는 상업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니 '작가'는 된 것 아닐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무도 내 글을 안 읽다.


작가는 됐는데, 독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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