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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May 23. 2024

매일의 힘은 얕볼 수 없다

하루하루 꾸준히

드디어 매니지와 계약을 했다.


처음 컨택을 받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정말 뛸 듯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왜지? 왜 매니지에서 나랑 계약을 하고 싶어 하지? 내 글에서 도대체 뭘 본 거지?'

물론 투베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저 아래쪽에서 빌빌거리고 있는데. 가능성을 본 걸까? 내 글이 마음에 드는 걸까? 이러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먹으면 어떡하지? 나중에 내가 글을 못쓴다고 실망하면 어쩌지?


계약서에 사인 할 때까지도 (혼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인을 하고 선인세를 받고 나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할 순간이 왔다. 글을 써서 유료로 판매를 해야 하니까.


매니지에서는 나를 '작가님'이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 작가라고 주장했지만, 이젠 명실공히 진짜 '상업 작가'가 된 거다. 그저 공짜라서, 돈 내고 읽기엔 글이 별로지만 무료니까 내 글을 읽는 게 아니라. 독자가 직접 주머니를 열어 비용을 지불해 가며 읽는 글을 써야 하는 거다.


이젠 정말로 허투루 쓸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몇 편을 써야 할까


프리랜서의 장점은 자기가 원할 때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직장에 매인 사람처럼 매일매일 9시부터 5시까지 회사에 출근할 필요도 없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 후 오후에 일을 해도 되고, 나흘 정도 실컷 놀다가 일주일에 사흘만 일을 해도 된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프리랜서도 일한 만큼만 돈을 번다. 프리랜서의 단점은 바로 월급 루팡을 할 수 없다는 것. 하루에 오후에만 일한다면 딱 그만큼만, 일주일에 사흘만 일한다면 딱 그만큼만 벌게 되는 거다.


웹소설은 일주일에 몇 편을 써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건 주 5회 연재다. 문피아에서 무료 연재를 하고 있을 때는 대부분 작가들이 주 7회 연재를 권장하고 있다. 무료로 올리는데도 왜 매일 써야 하냐고? 인기 작가의 글이라면 독자들이 애타게 기다렸다가 읽겠지만. 인기 유튜버의 영상이라면 구독과 알림 설정까지 해가며 언제 영상이 올라오든 바로 보겠지만.


인기도 없고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가 쓰는 글이 일주일에 한두 번 드문드문 올라온다면? 굳이 찾아가며 읽을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독자가 매일매일 읽을 수 있게 '관성'이라도 제공해야 한다.


그럼 유료 연재는 왜 주 5회냐고? 직장인도 아닌데 왜 매일(월-금) 글을 써야 하냐고? 실제로 여러 가지 이유로 주 5회를 못/안 지키는 작가들도 있다. 겸업을 하느라 피곤해서, 이야기가 안 떠올라서, 내가 쓴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 퇴고를 하느라, 하필 독감에 걸려서. 모두 정당한 이유들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프리랜서는 월급 루팡을 할 수 없다. 일한 만큼만 번다. 주 5회 연재와 주 2회 연재는 벌 수 있는 수입이 크게 차이가 난다. 2.5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따라서 웹소설 작가를 진지하게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주 5회 연재는 권장사항이 아닌 필수 덕목이다.



세헤라자데처럼


적어도 현재 웹소설 업계에서는 주 5회 연재가 기본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되어 있다. 이건 마치 월화 드라마나 수목 드라마는 16부작이 기본이고, 일주일에 두 편씩 방영된다는 것을 (정해진 법은 없더라도) 우리가 모두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 매일 밤 술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 바쳐서 목숨을 연명했던 세헤라자데처럼. 웹소설 작가도 매일매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서 한 편의 웹소설을 연재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관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읽던 웹소설이 띄엄띄엄 올라오기 시작하면 독자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게 된다. '다음 회차 올라오면 읽어야지'하면서. 다른 웹소설을 읽을 수도 있고, OTT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유튜브를 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웹소설 읽는 것 말고도 할 게 많으니까.


세헤라자데가 매일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목이 떨어져 나가지만. 웹소설 작가가 매일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독자가 떨어져 나간다.


그렇게 한번 떠난 독자는 여간해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가지 마세요. 거기 출구 아닙니다. 독자님들! 돌아오세요!



매일의 힘은 얕볼 수 없다


말이 쉽지. 어떻게 글을 매일 쓰겠는가. 원래 작가라면 글이 잘 나오는 날, 잘 안 나오는 날이 있는 거 아닌가?

아니다.

자고로 작가 세계에서는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한 이런 말이 전해져 온다.


아마추어는 앉아서 영감을 기다리지만, 우리 작가는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프로라면(독자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읽는 글'을 적는 작가라면) 앉아서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매일 글을 써야 한다. 그러려면 매일매일 치열하게 글에 대해 생각하고 전개를 고민해야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소설을 작성하는 순간이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세 편 쓰는 것도 버거울 수 있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결국에는 하루에 한 편을 작성하는 날이 올 거다. 매일의 힘은 얕볼 수 없으니까.


아참, 중요한 얘기를 깜빡했다. 그래서 웹소설 한 편의 길이가 어느 정도 되냐고?

5,500자. A4 용지로 7~8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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