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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May 16. 2024

멈추면 실패지만 계속하면 도전이다

당신은 뭐에 실패했나요?

작가는 됐는데 독자가 없다


처음에는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글을 아주 못쓰지는 않는데. 나름 중학교 때부터 끄적거려 왔고, 책도 엄청 읽었는데. 블로그에 글 올렸을 때도 반응 괜찮았는데. 글 잘 쓴다는 칭찬도 꽤 받았는데.


문피아에 글을 올리면 바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1화를 올렸을 때 조회수는 5. 그나마도 내 글이 잘 올라갔나 확인하느라, 오타를 수정하느라 내가 클릭한 게 세 번은 되었으니. 내 글을 읽은 독자는 겨우 두 명이었다는 소리다.


당연히 투베는 꿈도 못 꾸고. 하루에도 올라오는 글이 어찌나 많은지 '새로 올라온 글' 게시판에서도 한 시간만 지나면 몇 페이지를 넘어가도 내 글이 안 보인다. 즉, 애초에 독자가 내 글을 찾아서 읽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직 인지도가 없어서 그럴 거야. 누구라도 일단 읽어 보기만 하면 좋아할걸. 아직 몇 편 없어서 그래. 회차가 쌓이면 독자도 늘 거야.


하지만 회차가 쌓여도 독자는 올 생각을 안 했다.



실망하지 않기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유료화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얻으려면 투베 20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 수익에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면 40등 안에는 들어야 하고. 수익보다 그저 유료로 판매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하더라도 60등 정도는 되어야 안심이다. 80등 안에는 들어야 매니지에서 컨택이라도 오고.


투베에서 표기해 주는 등수는 200등까지. 200등이 되어서 투베에 입성이라도 하려면 (시기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최신글 한 편의 24시간 조회수가 80 내외는 되어야 한다. 즉, 최신화를 올리자마자 만 하루 안에 그 글을 읽는 사람이 80명은 돼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내가 올린 최신글의 24시간 조회수는 20을 채 넘기지 못했다. 200등 안에 들지도 못하는 거다.


작가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이 투베에 들기 위한 여러 가지 비법이나 팁이 떠돈다. 나도 그것들을 공부하고 조사해서 따라 해 봤다. 사람들의 눈을 끄는 제목 짓기, 소개글을 구미 당기게 적기, 더 좋은 제목으로 바꿔 보기, 24시간 이내에 연속으로 두세 편 올리기 등등.


아무리 용을 써도 최신글 24시간 이내 조회수 80은 먼 나라 얘기였다.

결국 내가 구상한 이야기를 100편 넘게 완결까지 올렸지만 유료화에는 실패했다.


처음에는 실망했다. 마음도 아팠다. 투베 1등에 오른 글은 최신글의 24시간 조회수가 15,000명이 넘는데 내 최신글은 15명도 간당간당하니까. 유료 판매를 하느냐 못 하느냐를 떠나서 '내 글이 그렇게 별론가? 재미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애초에 소설을 써 보기로,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가 뭐였던가. 내가 만든 이야기를 글로 써서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거였다. 그러니 유료화를 못 하더라도,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적더라도 일단은 계속 써 보자 싶었다.


실망하지 않기.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면 꼭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실패해야 깨닫는 것도 있다


하루에 1편씩 글을 쓴다고 했을 때 100화면 석 달이 넘는다. 거기에 이야기를 짜고 구상하는 시간까지 곁들이면 무료로 긴 웹소설 100화 이상을 완결 지었을 때 반년이 후딱 지나간다. 얼핏 시간 낭비 아닌가 싶긴 하겠지만, 여기에서도 얻는 것이 많았다.


문피아에 첫 글을 올리기 전 나름 공부를 많이 했다. 인터넷에서 조언이나 팁글도 찾아 읽었고, 인기 작가들의 유튜브도 찾아봤으며, 웹소설 창작이나 소설 집필에 관한 책도 구입해서 읽었다. 그렇게.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명심해 가며 글을 썼다.


그런데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써 보는 것은 매우 달랐다. 그전까지 해 왔던 준비는 마치 글로 배운 수영 같달까.


숨을 어떻게 들이마시고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글로 읽서 다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직접 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면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니, 머리로는 아는데 그걸 몸이 못 따라간다는 걸 알게 된다.


글도 마찬가지다. 직접 연재를 시작해 보니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던) 여러 가지 실수들을 내가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넘어졌다고 여기에서 멈추면 실패지만, 계속하면 도전이다.



여기에서 멈추면 실패지만


나는 다시 공부를 했다. 인기 웹소설과 팁글을 읽으며 내 글의 단점을 파악하고 고치려 애썼다. 그리고 다시 도전했다.


글을 올리고 유료화에 실패하고.

열심히 공부한 다음, 다른 이야기를 구상해서 또 글을 올리고 유료화에 실패하고.

열심히 공부한 다음,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해서 또 글을 올리고 유료화에 실패하고.


멈추지는 않았다. 독자는 적었어도 글 쓰는 건 재미있었으니.


그렇게 3년째 되던 어느 날.

투베 200등 안에 들게 됐다.

매니지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실패'가 '도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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