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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un 06. 2024

나는 내 글의 1호 팬

나를 믿어 주자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작가는 종종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해 줄까. 인기가 없으면 어쩌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 때가 있겠지만, 특히 창작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한 것 같다. 매번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지난번에 잘 됐더라도 다음번에 삐끗할 수도 있으니까. 잘 나가던 드라마 작가의 다음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고, 인기 작곡가도 다음 노래가 히트를 칠지 알 수가 없다.


웹소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신인이건 기성 작가건 상관없이, 한 번쯤은 내가 정말 글을 못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걸 웹소설 작가들은 '내글구려병'이라 부른다.


증상은 다음과 같다. 왠지 글이 진짜 못나 보이고, 엄청 재미없어 보이고. 글을 올리면 욕만 먹을 것 같다. 이딴 글을 돈 받고 파냐고, 작가 양심 어디 갔냐고 항의가 들어올 것 같다.


내글구려병 1기라면 그저 스트레스를 받는 데서 그치겠지만. 말기가 되면 급기야는 글을 쓸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러면 연중(연재 중단)이나 무기한 휴재 사태가 벌어지는 거다.



비교는 못할 짓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비교를 멈추지 못한다. 더군다나 누구나 볼 수 있게 성적 지표가 드러난다면 계속해서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된다.


각 플랫폼(문피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등)에서는 웹소설의 판매량과 인기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자신의 웹소설이 유료화가 되면 작가는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고침을 하며 자신의 작품을 스토킹한다.


내 얘기다.


어제와 비교해서 다운로드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혹은 하나도 안 늘었는지) 확인하고, 댓글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악플에 마음 다치고,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작품과 등수를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역시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하며.


왜 이렇게 나는 나를 못 믿는 걸까.



그래, 한번 믿어 보자

사진: UnsplashAndy Montes de Oca



왜 너만 못 믿니


매니지는 작품이 팔려야만 돈을 번다. 소설의 판매 수익을 작가와 매니지가 나누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작가도 작품이 팔려야 돈을 버는 건 맞지만, 작가는 작품이 안 팔려도 자신이 공들인 '시간' 외에 손해 보는 건 없다. 소설을 팔기 위해 작가는 글만 쓰면 되니까. 따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는 거다.


하지만 매니지는 돈을 들여 책 표지를 만들어야 하고, 교정 교열을 하고, 작가에게 선인세를 제공한다. 소설이 팔려서 실질적인 수익이 나기 전까지 다만 백만 원이라도 비용이 들어가는 거다. 이렇게 투자한 비용은 소설이 팔려야만 회수가 가능하다. 때문에 정말로 '판매가 만한 소설, 팔려서 수익이 만한 소설'에만 컨택을 하고 작가와 계약을 맺는다.


따라서 매니지에서 컨택을 받고, 매니지와 계약을 해서 플랫폼에서 글을 유료로 판매를 한다는 건 적어도 누군가는 당신의 글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게 팔릴 만한 글이라고. 독자들이 돈을 내고 읽을 만한 글이라고.


상업성을 따지는 매니지도 이 글이 팔릴 거라고(적어도 투자 비용은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주고, 독자들도 글이 재미있다며 '유료로' 봐 주시는데. 도대체 왜 작가만 내글구려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걸까.



스스로를 믿어 주자


예술가는 어느 정도 '자뻑' 기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창조해 낸 것을 남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줘야 하고, 그들이 무려 '돈을 내고서' 자신의 창작물을 봐 줄 거라는 기대를 해야 하니까.


그러니, 스스로를 믿어 주자. 키득거리며 적은 글은 독자도 함께 웃어 주기를, 울컥하며 쓴 글은 독자도 함께 눈물짓기를 바라며. 내가 공들여 쓴 소설이 누군가의 마음릴 거라는 걸 믿어 주자.


스스로가 자신의 1호 팬이 되어야 한다.

내가 재미있게 글을 써야 독자도 재미있게 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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