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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Mar 21. 2024

41일

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건 아마 대학생때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요, 알록달록 예쁘고 달콤한 것들이 먹고싶었는데,

살이 찔까봐 그게 싫어서 맛도 모르는 쓴 커피를 마셨거든요.

근데 그게 정이 들어버렸어요.

그리고 10년이 넘도록 저와 함께하고 있네요.


지금은요, 아침에 눈을 뜨고

간단한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커피 생각부터 나요.

물론 당신 생각이 먼저에요.
의미없이 커피를 찾는 일이 잦아지고 속이 쓰려지기 시작하고부터는

최대한 멀리하려고 하지만, 그런데도 늘 보고싶네요 커피는.


당신은 정말 귀여워요.

추운 걸 정말 미워하면서도 커피는 아이스만 마시잖아요.

추웠던 어느 날, 너무 추워 그 칼바람을 피해 들어간 커피에서

두 손을 호호불며 아이스라테를 시키던 당신을 보고

얼마나 귀엽다고 느꼈는지 몰라요.

차가운 커피가 당신의 손을 얼리면

나는 당신의 손을 꼭 쥐고 그 얼어버린 손을 녹이기 바빴어요.

기억나죠?


이제는 커피의 그 쓴 맛이 좋아요.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인상을 찡그리게 만들던 그 쓴 맛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로 그리워지니까요.

추운걸 싫어하는 당신이 차가운 커피를 찾는 것 처럼,


쓴걸 싫어했던 내가 이제는 쓴맛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 어떤것도, 첫 순간으로 단정짓지 않으려고 해요.


나와 잘 안맞는 것 같은 어떤 사람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았던 어떤 맛이,

티비 전원을 끄고싶을 정도로 재미없던 영화가,

너무 어려워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책이

어느 순간 아름답게 다가올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당신에게 나는

처음부터 그랬듯 변함없이

늘 따뜻하고 다정할게요.

그래왔던 것 처럼 언제나 곁에 있을게요.

당신이 나에게 그래주듯 나 또한 그럴게요.

이 손을, 놓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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