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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Mar 28. 2024

42일.

흐린 날들이 계속되고있어요.

해는 언제 뜰까요?


그 날이 기억났어요.

햇빛이 너무 쨍해서 함께 길을 걸었던 시간동안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 날이요.


너무 더웠잖아요.

나는 어디든 들어가자며 당신을 보챘고

당신은 내 더위를 식혀주려고

쉬지 않고 손으로 부채질을 해주며 해를 가려줬었어요.

그날은 나에게 끔찍하게 더웠던 날이 아니라

눈부시게 행복했던 날로 기억되요.

기억나요?


쌀쌀하고 흐린날을 나는 좋아하지만

이런 날이면 긴 소매로 손등을 덮는 당신을 위해서

조금은 미워해보려고 노력해요.

해는 다시 뜨니까요.


유난히 지친 날이라고 생각될때마다

당신과 나라는 사람을 떠올려요.

당신은 해같이 뜨거운 사람이라면

나는 파란밤에 뜨는 달같이 차가운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이렇게나 다른데도

이렇게나 서로를 사랑하잖아요.

지친 날이 나에게 왔다는건

곧 벅찬 하루가 올거라는 의미기도 하죠.


그러니 우리가 이번 생을 살아가면서요,

불쑥불쑥 나타나는 차가운 날들과

한없이 뜨거운 날들이

당신과 나처럼 두 손을 잡고 서로를 사랑하며

그렇게 지냈으면 해요.

구름은 곧 걷히고 해는 다시 뜰거니까요.


차가운 눈이 내려 온 세상을 얼려도

세상은 다시 꽃을 피울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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