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공기가 시원하네요. 아직은요.
그런데 봄 냄새는 아직이에요.
어쩌면 바로 여름이 오려나봐요.
계절에도 냄새가 있는 거 알아요?
아, 냄새라고 하니까 좀 그런가요.
향이라고 할게요.
문득 저녁에 창문을 열어놓고 책을 보다가
창으로 들어온 계절 향기에 창 밖을 볼 때가 있었어요.
'어, 여름이 왔나' 하고 창 밖을 보면
부쩍 길어진 해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연 창문으로 깊고 조용한 향이 들어오면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거의 다 왔나보네' 하고
얼른 산책을 나가요. 그리고는 '하-'하고
입김이 나나 안나나, 안나면 '조금 더 기다려준다'하며
아쉽게 집으로 들어가요.
눈 깜짝 할 사이에 어느덧 4월이에요.
봄이 왔는지도 모르게 간 것 같아요.
올 해는 봄 향기를 여직 맡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서운하다거나 아쉽지는 않네요.
나는 그저 겨울이 좋으니까요.
당신이 있는 그 곳은 여직 추운가요?
당신이 있는 그 곳은, 바람이 참 많이 불더라구요.
점점 더워지고 있는 나의 계절과
아직은 쌀쌀한 당신의 계절이
얼른, 하루 빨리 같아지길 바라요.
이 편지가, 이제 막 시작했을 당신의 하루에
작은 파랑새가 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