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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Apr 01. 2024

43일

꽃이 피고 있다고,

흰 눈 대신, 여린 봄비가 내리고 있다고,

사람들은 봄이 왔다 말해요. 좋아하고요.

그런데 사실, 꽃이 피지 않았아도 나무에 앙상한 가지들만 수두룩 했어도

나의 봄은 줄곧 곁에 있었던 거, 당신은 아나요?


물론 늘 봄만이 내 곁에 머물렀던건 아니에요.
바깥은 뜨겁게 해가 내리쬐는데도, 내 머리 위론 폭풍같은 비가 내리기도 했고,
다들 이제 가을이 왔다며 선선해진 바람을 한껏 만끽 할 때에,
이미 내 마음 속엔 얼어버린 겨울이 와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문득 찾아온 봄 향기에, 이상하리만치 따뜻해진 마음에
모두들 얼어버린 차가운 시간 속에서
혼자만 포근한 이불 속에 누워있듯 그렇게 편안하고 포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겨울을 지나 꽃이 피었다고,

날이 한결 따뜻해졌다고 하여 들뜨거나 설레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가 뾰족하고 각진 순간들에서도
늘 당신이 곁에 있었던 덕분에 따뜻할 수 있진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마 그 생각은 맞을거에요.

당신을 향한 고마운 마음들이 쌓여
먹먹하던 눈들이 모두 녹고, 파릇한 꽃들이 피어난건 아닐까,

봄이 온 게 모두 당신 덕분이 아닌가 하는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정말 이제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추운 날에 잘 보이지 않던 강아지들이 모두 산책을 나오고
바쁘게 갈 길을 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 꽃을 보기도 하니까요.

당신에게도 유독 추웠던 겨울이 이제는 모두 지나간 듯 합니다.

추운 겨울동안 웅크리고 있느라 고생 많았어요.

따뜻한 봄에도 문득 찾아올 당신과 나의 겨울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봄이 되는 우리일 수 있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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