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로워진다.
엄한 것들에 힘주지 않는 순간, 자유로워진다는 사실을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다. 잠을 자고 일어나 보면 막상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럴 수 있었겠다' 싶은 것들. 다시 생각해보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사소한 것들. 그런 것들에 힘주지 않게 된다. 않으려 한다.
그것들은 33년간 내가 몸소 겪으며 느껴온 좌절과 고통과 인내와 절망들이 가져다준 선물들임을 안다.
그보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 나를 찬란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
이를테면 앞뒤좌우 둘러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던, 꿈을 이루는 것이 전부였던 그때의 열정이나,
사랑과 애틋함이 흘러넘치던 그 사람의 눈빛이나, 하루종일 걸어 아프기만 한 다리와 발을 둘러업고도 숱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 손을 놓치지 않으려던 그 사람의 손바닥 온기. 별 것 없이 흘러간 하루 끝에서도 스스로에게 잘 살아내었다 응원할 수 있는 용기와 짜증이 올라오고 서운한 감정의 한가운데서도 느껴지던 그 사람에 대한 사랑과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여러 번 명심하게 된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은, 나를 엄한데 힘주지 않게 만든다. 엄한 것들에 힘주지 않는 순간, 나는 자꾸만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