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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동 Sep 07. 2024

나의 정신건강 강의를 취소당했다

나는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 취업했다. 정신과 입원병동에서 정신장애인을 간호했다. 임상 근무 동안 나는 (정신 건강을 보다 심도 있게 수련받는) 《정신보건간호사》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인하대학교 간호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서 정신건강간호학을 공부하고 최종적으로 《간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취소당한 강의│


나의 전공과 관련하여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어느 날, 정신건강증진센터(지역사회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신보건센터)로부터 강의 의뢰를 받았다. 대상자는 입시를 준비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은 고 3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님이었다.

OK, 파워포인트와 동영상을 열심히 준비했다.


센터의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센터의 일정 관계로 나의 강의가 취소되었다는 것이었다(사실 이 말은 거짓이었다. 나에게 미안하니 이유를 둘러댄 것.) 그래서 센터 사정이니 괜찮다고 말하고 대신 내가 작업한 교재는 센터에서 사용해도 좋다고 하여 돌려받지는 않았다.


강의 의뢰한 사람은 나랑 친분이 있는 지인이었다. 그냥 솔직히 말했다면 ‘아하 원래 혐오세력들은 그렇게 지질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 일인데. 그리고 덕분에 커밍아웃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와 친분이 있는 다른 센터 L팀장님(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 분야 인권 강사 과정을 함께 한)이 나에게 물었다.


L팀장 “선생님 동성애자 신가요?”

나: “네”

L팀장: “아 그랬군요. S센터 강의가 취소된 건 선생님이 동성애자라서 그런 거 레요”

나: “…”



아니 이런 나의 분노의 용광로가 치솟아 오르네.


학부모 (또는 학생) 가운데 누군가 나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사달이 난 것으로 추정해 보았다.


│유리하게 해석하기, 나를 위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그리고 억울함이 없도록 유리하게 해석했다.

‘나만한 적임자도 없는데, 혐오세력들아 너희는 명강의를 놓친 것이야’


나의 자긍심에 기반한 스스로의 평가를 내린다면, 나는 그 강의에 매우 적합한 인물이다.

정신과 환자에 대한 임상경험이 풍부하다. 학문적으로도 정신건강을 10여 년간 공부하고 연구도 수행했다. 그러니 다른 전문가보다 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강의를 무산시킨 것은 《동성애혐오증》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성적 지향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내가 당한 것처럼 반동성애 사회와 혐오 세력 공동체는 퀴어를 차별하고 배제시키고 있다.


이러니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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