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Wine 240909
다음 생에도 함께하자 했더니 답이 걸작이다.
누워있는 와인보다는 마시는 와인을 택한다고 했다. 술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다. 초라해진다. 와인의 슬픈 현실이다.
아내로부터 아주 가끔, 하지만 꽤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것 같다.
사실 현재 집에서의 내 모습이다.
인정한다.
소파와 일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딱 달라붙어 있으면서 스마트 폰을 보는 것이 가장 편하다.
내 체질을 태양인이라고 아내는 말한다.
상체가 발달한 반면, 하체가 부실한 신체적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처음 들은 때가 언제였는지 가물거린다.
직무 분야를 택해야 할 때쯤 몸이 약하고 체력을 고려해서 야근이나 밤샘 등 과로하지 않는 쪽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해 주기도 했다.
그때 와인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느낌을 갖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의견대로 했다. 물론 그 선택의 이유가 조언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제 내 나이 오십 대 중반이다. 요즘 들어 부쩍 저질 체력임을 깨닫는다.
글을 쓴답시고 몇 시간 집중하면 개운함과 성취감도 얻을 수 있지만 그 영향은 반드시 남는다.
한 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낑낑거린 적이 있었다. 다음 날은 하루 종일 그로키 상태의 와인이 되었고...
돌아보면 좋지 않은 체질을 젊음과 열정으로, 책임감으로 보충하며 악으로 깡으로 버틴 것 같다.
이제는 그것들을 대체할 무엇인가가 필요함을 느낀다.
이대로 앞으로도 쭉 와인이라 불릴 수는 없다.
어차피 이 몸뚱이 하나 눕거나 자는 것은 이 세상 하직하는 날부터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돼 새기고 몸을 추스르고 열정을 쏟아부을 대상, 와인을 일으켜 세울 끌림이 무엇일까?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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