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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6. 2023

영화와 현실의 차이.

강아지 영화 하치 이야기


우리는 5살짜리 천방지축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개나리 꽃이 활짝 핀 봄에 독일로 온 이아이의 이름을 우리는 개나리를 따서 나리라 지었다. 성은 개 요 이름은 나리

나리의 견종은 아키타 견이다.


독일 사람들은 티어하임에서 강아지를 입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티어하임은 우리로 하면 유기견 센터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제일 자주 만나지는 견종은 뭐니 뭐니 해도 믹스견이다


그래서 산책을 하다 보면 제일 자주 만나지는 견종이 믹스견이다

그다음으로 레트리버, 골든 레트리버, 저먼 셰퍼드, 프랑스 불도그, 닥스훈트, 보더 콜리, 등등이다.

그렇다 보니 나리는 이 동네에서 어디서나 눈에 띈다.

동네에서 산책하다 시바 견은 어쩌다 한번 마주치지만 아키타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시청 강아지 세금부서에 나리를 반려견으로 등록할 당시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알기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나리까지 요 근래 등록된 아키타가 3마리쯤 된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전 가 보았던 강아지 견종 박람회에서 만난 아키타 동우회 회원 아저씨 말씀에 의하면 회원들이 독일 전역에 거쳐 400명이 조금 넘는다고 했다.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은 조금 더 늘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독일에서 아키타 견은 자주 볼 수 있는 견종은 아닌 거다.  

해서 나리와 산책을 다닐 때면 누구는 "여우예요?"라고 묻기도 하고 또는 시베리안 허스키와 헛갈려 "썰매 끄는 강아지 구나 니 썰매는 어딨 니?"라고 묻는 이들도 있다.



우리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사시는 나리와 친구 먹은 이웃 주민 할아버지가 계신다.

그 집 앞을 지나 산책을 할 때였다. 할아버지가 “아 얘가 하치코 구나!”하며 알은체를 해 오셔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나리라는 이름이 이 동네 Nadine 나디네 줄여서 Nadin 나딘(여자이름) 이란 이름의 애칭인 나디를 닮았다며 더 반가워하셨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할로 친구! 이 동네에서 제일 이쁜 하스키(허스키의 독일식 발음~!ㅎㅎ)"라고 인사를 해 오신다.

그리고는 어느 때는 정원에서 잡초 뽑고 계시던 또 다른 때는 주방에 계시던 할머니를 부르시며

"마누라 우리 예쁜 허스키가 오늘도 썰매 놔두고 왔어?" 라신다.

그러면 할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나리에게 와서는 머리 한번 쓰담쓰담해 주시고

"그린 것처럼 이쁘게 생겼어"하신다.


그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살뜰한 반가움이 정스럽고 매번 잊어버리시는 것이 재밌어서 웃음이 터지고는 한다.

하치코는 강아지가 나오는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다.

2009년 한국에서는 하치 이야기로 소개된 이영화는 잘생긴 허리우드 배우 리처드기어가 나온다는 거 외에도

아키타 견의 실화 스토리를 영화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또 독일에서는 동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던 영화다.

이웃집 버디 2살 짜리 믹스견 입니다.  6개월 됬을 땐데 지금은 송아지 만합니다.버디는 강아지 숲에서는 줄 없이도 잘 놀다가 아저씨가 부르면 즉각 달려 옵니다. 부럽지요 ㅎㅎ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나리를 만날 때면 "맞죠 하치코?"라고 반가워하며 묻고는 한다

특히나 나리가 5개월 6개월 요때쯤 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꼭 한번 쳐다 보고는 미니 하치코라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 중에는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는 이들도 있고 "진짜로 그래요?"라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뭔 소리 인고 하면 우리로 번역해서 이야기하자면 "진짜로 그렇게 집사 바라기 에요?"그 뜻이다. 


또는 주변에 누군가 아키타를 반려견으로 데리고 있거나 아키타 견종에 대해 들어본 사람들은

"얘가 한 고집한다면 서요?" 또는 "얘가 지 머리가 따로 있다면서요?"라고 묻기도 한다.


영화 하치 이야기는 스토리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그 하치코가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는 내용들은 모두 사실 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분명 다른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는 강아지가 리드줄 없이 아저씨 옆에 서서 (리처드 기어) 출근길을 함께 따라가며 기차역으로 배웅을 해 주고 또 아저씨가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기차역으로 마중을 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당연하다는 듯이 리드줄 없이 맨몸으로 혼자 말이다.


물론 교육이 잘 되면 아키타 들 중에도 그게 가능한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 집 나리는 리드줄 없이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현실이다.

지금 까지 독일에서 서너 번 만났던 다른 견주들도 모두 리드줄 없이는 아무 곳도 다닐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아키타 견은 독일에서 말하는 자기 머리가 따로 있는 즉 고집스러운 견종, 훈련하기 어려운 견종 중에 하나 이기 때문이다.  

나리 애교 4종 쎗뚜 되겠습니다 ㅎㅎ

독일은 강아지 숲이라는 곳이 따로 있어 강아지들이 리드줄 없이 자유로이 뛰어 다니 도록 허락된 곳들이 여러 곳에 있다.

그런데 비단 그런 숲이나 공원이 아니라도 훈련이 잘된 강아지 들은 리드줄 없이 다니다가도 견주가 부르면 즉각 달려오기 때문에 리드줄 없이 강아지와 사람이 함께 나란히 서서 걸어 다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거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해 독일 사람들은 훈데슐레, 강아지 학교를 어려서부터 데리고 다니고 집에서도 꾸준히 훈련을 한다.

동네 다니다 보면 어린 강아지와 긴 리드줄 (5미터 에서 10미터짜리)을 가지고 다니며 훈련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도 나리가 훈데슐레 다닐 때 반려견 훈련사 한스와 함께 숲에 가서 자주 긴 줄로 훈련을 했었다. 

긴 리드줄을 가지고 점점 풀어 주며 강아지가 돌아다닐 수 있는 운신의 반경을 넓혀 주는 훈련이다 

당연히 그 중간에 견주가 멈춰 서라고 한다거나 이리로 오라고 할 때 즉각 반응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렇게 리드줄을 당기지 않아도 되는 훈련이 되고 나면 나중에는 줄 없이도 강아지가 혼자 돌아다니다 부르면 다시 즉각 돌아오고 다시 돌아오고 하는 훈련을 반복한다. 

보통은 처음에는 딴청을 부리다가도 이런 훈련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강아지가 훈련이 된다고 훈련사 한스는 말했다.


그런데 우리 나리는 불러도 쳐다도 안 보고 냅다 다른 데로 뛰어갔다. 어느 때는 다른 동네에서 발견한 적도 있고 또 다른 때는 산책 때 만난 견주들이 붙잡아 주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간식 안 주고 훈련 잘 시키기로 유명한 한스는 평소에 주지 않는 간식까지 줘 가며 훈련을 했지만 나리는 간식만 날름 받아먹고 저 가고 싶은 곳으로 뛰어가서 불러도 오지 않았다.


결국 한스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며 나리는 그냥 리드줄 가지고 다니 라고 했다. 

독일의 많고 많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강아지들이 자유 로이 뛰어놀도록 허락되어 있는 숲에서도 나리는 

언제나 리드줄을 하고 있어야 한다. 

어쩌겠는가 영화 와는 달리 훈련사도 고집불통 이라며 포기한 고집 견인 것을...

비오는 날 물기를 닦기 위해 수건 둘러 쓴 나리, 아라비아 공주 같지 않나요 ㅋㅋ

또 영화와 현실의 차이점을 확연히 보여 주는 것 중에 하나가 나리는 견주 바라기가 아니다.

낯선 사람을 보면 꼬리가 빠지게 흔들고 인사하고 싶어 안달을 한다.

그중에서도 유니폼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들을 보면 아주 그냥 꼬리가 헬기 푸로펠라가 된다.

환경 미화원 아저씨들, 우체부 아저씨, 집 고치는 기술자 아저씨 들은 나리에게 언제나 인기다.


나리는 영화와는 딴판인 구석이 많다 

또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일상은 신경 쓸 일도 많고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면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는 나리와 함께라서 더 좋다. 


나리는 어릴 때 함께 산책을 가다가도 가고 싶은 길이 아닌 곳에서는 주저앉아서 꼼짝도 안 하고는 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어쩌다 나리가 쭉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걷는 거 처음 봐요!"라며

손뼉 치며 환호한 적도 있었다.

그분들은 주로 나리가 땅바닥에 발라당 자빠져 있고 그 앞에서 똥똥한 아줌마가 울그락 불그락하며 "나리~!" 하며 동동 거리는 모습만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용 된 거다. 아직도 고집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쪽으로 가자!" 하면 따라오고 "저쪽은 안돼!" 하면 엉덩이 내밀고 서서 조금 버티다 금방 따라나선다. 


나리가 우리에게 온 지 햇수로 5년째고 이번 여름이면 다섯 번째 여름을 맞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소파 옆에 벌러덩 들어 누워 애교를 시전 중이신 나리가... 

5살이나 돼서도 한두 살짜리 강아지 들과 노는 수준이 비슷한 나리가..

아직도 천방지축에 에너지가 넘치는 나리가 우리와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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