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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04. 2024

독일 노천카페에서 분위기 찾다  벌집 될 뻔


햇빛 쏟아지는 8월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다른 때였다면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간 남편과 시내 나들이를 나갔다.

여름휴가 첫날이었다.

이번 여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디론가 휴가를 떠나지 않고 집캉스를 하기로 했다.

아직 백화점 들과 상점들이 문을 열기 전이라 시내는 제법 한가로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 이런 게 진정한 의미의 휴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일해야 할 시간.. 시내를 활보하니.. 마치 다른 시간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일었다.


우리는 시내 한가운데 카페 골목으로 갔다.

골목은 계단을 사이에 두고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올망졸망 들어차 있다

그래서 거리의 이름도 계단이다.

성큼성큼 한 계단 두 계단을 올라간다. 마치 낯선 여행지에서 카페를 찾는 것처럼 설렘이 밀려든다.

두리번거리며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그 아래 파란 바탕의 전차가 지나간다.

그 모습이 흡사 푸르름을 머금은 바다 같다.


남편과 바닷가 같은 노천카페에 앉아 있자니 앳된 아르바이트생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왠지 달짝지근한 것이 먹고 싶던 나는 달콤한 아침이라는 메뉴와 카푸치노 한잔을 주문했다.

얼마 되지 않아 고소한 냄새를 솔솔 풍기는 갓 구운 크로와상과 과일이 예쁘게

데코레이션 되어 나왔다.

나는 "오 예쁘다 잘 나오는데" 소리와 함께 접시를 향하던 눈을 들어 남편을 한번 쳐다봤다

‘한입 하려우?‘ 라는 뜻을 담아서..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남편은 커피 한잔으로 족하다 했다.

물론 평소에는 나도 함께 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 간헐적 단식이라 하면 때에 따라 간헐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싹 하는 소리를 내며 썰려지는 크로와상에 살짝 딸기잼을 바르려는 달콤한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누런 줄무늬의 꿀벌 두 마리가

앵~~ 소리를 내며 과일 쪽으로 돌진했다.

벌들의 날갯짓 소리는..

더운 여름날 후덥지근한 바람을 내뿜으며 돌고 있는 선풍기에서 나는 소리를 닮았다.

평균 적으로 꽃나무가 많은 독일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날아다니는 벌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동작으로

춤을 추듯 크로와상에 버터와 잼을 발랐다.


처음 야외에서 벌을 만났을 때는 기함하며  “아악 벌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했다.

걔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일단 비주얼이 크고 지금 막 쏘일 수도 있을 것 같이 생긴  벌이 주변을 분주하게 맴도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무리 벌들이 날아다녀도 대수롭지 않게 마실 것 마시고 먹을 것 먹으며 앉아 있는 독일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의연했다.

그런데..

오래 살며 자주 만나지는 장면이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벌에 쏘일 일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다 보니 이제 한두 마리 벌들이 윙윙거리며 오가는 것은 마치 파리를 보듯 “”또 벌이네! “ 하고 만다.


한여름 온도는 올라가고 비는 비교적 적을 때 독일에서는 파리보다 많은 벌들을 만날 수 있다.

벌들의 먹이 창고인 꽃들이 시들고 없거나 적어진 경우 이기 때문이다.

굶주린 벌들의 먹이 사냥이 시작된 거다.

벌들은 시내 노천카페뿐만 아니라 빵가게, 레스토랑, 대학교 학생식당, 공원 잔디밭 위피크닉, 가정집 정원, 등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어디에도 나타난다.

그리고는 빵, 쨈, 과일뿐만 아니라 달큼한 향을 풍기는 주스나 맥주, 와인 등등 모든 달콤한 것에 돌진한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벌들이 수도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마치 사람들이 동네 잔칫날 삼삼오오 모여들듯 결혼식 피로연에 삽시간에 들어차듯

빵접시 위로 벌들이 까맣게 모여들었다.

이러다 과일과 빵 위에 벌들이 건물 짓겠다 싶은 상황이 오자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접시를 들고뛰었다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듯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헛웃음이 터졌다

우아 떨려다 이게 아침부터 뭔 짓인가 말이다


움직이는 접시 위로 따라붙은 불굴의 의지를 가진 몇 마리 벌들을 제외하고는 언제 그랬는가 싶게 그 많던  벌 들은 또 다른 곳으로 흩어져 갔다.

순식간에 몰려온 것처럼...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카푸치노에 달콤한 크와르상을 분위기 있게 먹으려던 나의 계획은 갑자기 난입한 벌떼 때문에 그렇게 무산되었다.

분위기 찾으려다 벌집 지을 뻔 한 날이다.

한여름 날씨 좋은 날 독일 노천카페에서 겁 없이 달콤한 것을 주문하면 겁나 많은

벌들과 때아닌 합석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 요함!


To 애정하는 독자님들..

불타오르는 한여름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

김작가 인사 드립니다.

울 독자님들 건강히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중간중간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고는 있지만

독일도 점점 여름이 길어지고 있네요

세상에나, 9월에 30도 라니요 ㅎㅎ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요.

왜 , 여행 다녀온 후에 가방을 열면 선물부터

빨랫감까지 한꺼번에 많은 것들이 후드득 쏟아지잖아요.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차고 넘칩니다

시간을 두고 잘 정리해서 하나씩 여러분과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큼한 시간들 되시어요.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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