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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4. 2018

전지적 나리 시점


내 이름은 개나리

내 이름은 개나리, 모두들 나를 나리라고 부른다. 새로운 가족과 자동차를 타고 이 집에 온 지 어언 2주가 되어 간다.

전에 있던 집에 비해 놀이터도 화장실도 모두 작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물론 친구들이 없어 가끔은 무지 심심하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그럴 때면 울타리 앞 내 자리에 오독이 앉아 오는 개 가는 개 구경을 하는데...

이 동네는 어째 친구들이 여럿이 몰려다니는 법이 없다. 한 명씩 줄을 매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쟤네들은 저렇게 혼자 다녀서 친구들과 언제 숨바꼭질을 하지? 궁금해 지고는 한다.

말하다 보니 벌써 우리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진다.


우리 가족들을 소개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일어난 줄 어떻게 알고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꼬맹이 오빠는

노는 것이 딱 내 수준이다. 어느 때는 내 장난감을 가지고 같이 놀아 주는데 때로는 나는 재미없는데

지가 더 재미있어한다.


그래도 뭐 아쉬운 대로 놀이 친구로 제법 쓸만하다. 게다가 그냥 앉고 싶어 철퍼덕 주저앉아도 지가 앉으래서 앉은 줄 알고 식구들 에게 자랑하며 허세를 떠는 귀여운 면도 있으며 엄마 몰래 간식도 통 크게 척척 짚어 준다. 여러모로 쓸만하다.

뭐니 뭐니 해도 나는 우리 새 가족 중에 아빠가 최고로 좋다.

아빠는 어떻게 해 줘야 내가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안다. 그래서 아빠만 보면 저절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지난번에 문이 잠겨 있어 내가 집안에 실례를 했을 때도 아빠는 저지른 견 민망하게 시리 엄마처럼 "오 마이 갓뜨 "하고 소리 지르지 않는다. 그저 기가 막히 다는 듯이 웃어준다.

역시 어른은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아빠는 든든한 어른 남자인 데다가 보아 하니 우리 가족 중에 대장 임이 틀림없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이 다 되어 들어오는데도 엄마가 눈을 치켜뜨고 뭐라고 안 하는 걸로 봐서 말이다.


며칠 전에 언니가 어디 갔다 늦게 왔다고 엄마가 폭풍 잔소리를 하는 것을 보았다.

역시나 끗발이 없으면 저렇게 닦이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체격은 언니보다 엄마가 훨씬 더 작은데 잔소리할 때 엄마의 목소리는 내 예민한 귀를 자극할 정도로 크다.



그리고 저 아랫동네에서 지내고 있어서 아주 가끔 씩만 볼 수 있는 큰오빠는 산책할 때도 내 작은 발걸음에 맞추어 걸어 주며 다정하게 말 걸어 주는 센스쟁이에 배려 쩌는 완소남이다.


자동차를 타고 어디를 갈려고 하면 짧은 거리인데도 흔들리는 차 안에서 내 몸이 기우뚱할까 봐 꼭 안고 있어 준다.

그런 큰오빠 앞에서 실례를 할 수가 없어서 지난번에는 자동차 타고 가다 정말 급한데 꾹꾹 참았다 집에 와서 세상 시원하게 볼일을 봤다.

정말 이지 이미지 관리라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뭐, 가끔은 벌써 5개월이 다된 나를 너무 어리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는 한데 그래도 큰오빠가 나를 애지중지한다는 느낌이 들어 어쩐지 잘 보이고 싶기만 하다.


언제나 좋은 냄새가 나는 언니는 힘도 세고 성질이 급하며 뭔지 계속 바쁘다.

나리! 하고 부르길래 지금 막 가려고 했는데.. 쏜살같이 달려와 나를 번쩍 들고

쌀자루 들어 나르듯 들어 나른다.

거.. 좀 기다리면 될 것을 괜히 힘을 쓴다.


그리고 엄마가 나리랑 좀 놀아 줘라 하고 이야기하면 "알았어요" 대답해 놓고

나를 옆에 끼고 주로 핸디를 본다.

내 보니 별 것도 없더구먼 꺅꺅 거리며 좋아라 한다.

그램, 스넵쳇 어쩌구 부르면서 올라오는 친구들 사진에 하트 누르며 말이다.

이거 나랑 놀아 줬다고 해야 해 말아야 해...


또 스타일 확인하고 싶어서 지가 거울 보고 싶으면 괜히 잘 있는 나를 들고 "나리야 거울 봐봐

이안에 너 있네" 한다. 이게 무슨 자던개 방바닥 긁는 소리란 말인가

머리 새로 빗고 옷 갈아입은 저나 스타일 확인하면 됐지..

늘 비슷한 내 모습 거울 봐야 뭐한다고...

그래도 언니는 같은 여자라 그런지 순간 멜랑꼴리 해 지는 내 기분을 먼저 알아채 주고

가끔은 마음이 진정되는 좋은 음악을 틀어 주기도 한다.


눈뜨고 자는척 하기

다음은 우리 새가족 중에서 나를 제일 귀찮게 하는 엄마다

산책 가자고 수시로 자고 있는 내게 어깨끈을 입히고 나가서는 내가 궁금해서 그냥 핥아 보기만 해도 "나리야 지지야 지지 "라고 하며 입에 넣지도 않았는데 "나리야 그런 거 먹으면 아야 해 퇴해 퇘" 한다.

.. 정말 피곤하고 귀찮다. 그래서 안 나가려고
눈뜨고 자는 척을 하기도 하고, 못 들은 척 하기도 기절 한 척 하기도 하지만 번번이 들킨다.

거기다 엄마는 놀라면 5 옥타부 소프라노가 된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못들은척 하기
기절한척 하기

엄마와 아침에 산책을 하는데 길에서 예전 집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이랑 똑같이 생긴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의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빨리 달려가 버려서 확인할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분명 냄새는 비슷했는데 말이다.

두고두고 아쉬워서 오늘 그 길을 다시 한번 가보기로 결심했다.

엄마가 밖에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는 틈을 타서 빛의 속도로 집을 빠져나갔다.

물론 차들도 쌩쌩 달리고 놀라서 따라 나온 엄마의 찢어지는 고음 "안돼 나리" 하는 소리에 내가 더 놀라 공중부양을 했지만 정말 나는 그 아이인지 확인만 하려고 했다.가출 하려던건 맹세코 아니다.


그 일로 나는 저녁 내내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나리 다시는 그러면 안돼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그길에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 길인데 집을 나가 엄마가 정말 식겁했다"

엄마의 입에서 계속 쏟아지던 식겁 했다는 소리는 아마도 개 놀랐다는 말의 사투리인가 보다.


어쨌거나 그래서 오늘은 엄마가 현관문을 열 일이 있거나 엄마가 화장실을 갈 때면 나를

동그란 공 같은 곳에 묶어 두었다.

그 6KG이라고 적혀 있는 동그랑 땡은 아빠가 가끔 들었다 놨다 하던데 아마도 아빠의 장난감 인가 보다.

그런데 엄마도 큰일을 하는지 잠깐 있다 풀어 줄게 하고 사라지더니 오지를 않는다.


어쩌겠는가 아빠의 장난감을 매단 체 나는 급하게 화장실로 튀었다.

생각보다 무겁기는 했지만 내가 이래 봬도 조금 있으면 5개월인데.. 이 정도야 가쁜 하지 하며

시원하게 배설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데..

멀리서 산발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딱 걸렸다.

으읍스 어쩌지... 또 오 마이 갓뜨 소리를 지르려나?

나리의 필쌀 애교 까꿍!

엄마의 눈이 저렇게 올라갔을 때는 나의 필 쌀 애교도 통하지 않는다.

그저 쥐 죽은 듯이 조용히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이다.


엄마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짓더니 생각처럼 광분하지 않았고 서둘러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나리야 네가 밖에 나가고 싶었구나" 이러면서.... 사실 나는 쉬가 마려 웠을 뿐이데 말이다.

에효.. 밖은 정말 더워 보이는데... 나가면 개덥겠지만 어쩌 겠는가 나중에 더 피곤해지지 않으려면 맞춰 줘야지...

새 가족이 생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때로 개생 피곤해지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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