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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1. 2018

천방지축 개나리의 문제


집안은 나리의 놀이터


나리가 우리 집으로 온 지 일주일이 되어 가면서
커튼, 신발, 식탁 다리, 실내화, 신문, 종이, 가방, 할 것 없이 ,,,,,,이것저것 새롭고 궁금한 게 많아 맛보고 싶은 게 많은 나리에게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 되어 가고 있었다.
킁킁 냄새를 맡다가.... 핥아 보고.. 깨물어 보고, 물고 도망가고....
안돼! 하고 단호하게 야단치고 나면 "알쏘" 하는 눈으로 보다가 돌아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을 친다....
어느새 식구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각자의 신발과 가방을 나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숨겨 두는 것이 되었고 수시로 바닥청소하는 것은 물론이요 게 중에 뭐라도 흘린 것은 없나 확인하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검색보다 더 유용한 산책

강아지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우리는 산책 나가지 않으려고 버팅기는 게으름쟁이 나리를 얼르고 달래서 데리고 나가면 만나 지는 동네의 수많은 반려견을 동반한 이웃들에게 이것저것 유용한 경험담과 팁 들을 얻어 온다.

가령... 이 동네에서 깡패? 반려견으로 소문난 하얀 셰퍼드는 견주와 산책 중에 줄도 묶지 않은 체 돌아다니기 일쑤인데 벌써 작은 반려견 여럿을 물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견주들은 산책 다니다 저 길 끝에 하얀 셰퍼드가 보이면 산책로를 변경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집 6살짜리 반려견은 벌써 다리 수술을 크게 두 번이나 해서 첫해에 천 오백 유로 이상이 들었노라며 미리 반려견을 위한 수술 보험을 들어 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예방 접종이나 작은 것들은 괜찮은데 큰 것들은 한번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무시하다고 말이다.


이웃집 견주 아스트리트 는 자기네 반려견 어깨끈을 새로 샀는데.. 자기네 애한테는 너무 서 맞지 않는다며 어깨끈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 동물 용품 상가들 중에 사료는 어느 쪽이 났고 일반 용품 들은 또 어느 곳이 선택의 폭이 넓고 등등... 다른 견주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값진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고 나리가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 잠깐이라도 함께 놀 수가 있어 산책은 정말이지 여러모로 유용하다.
물론 가끔은 나리가 너무 격하게 반가워하며 드리대서 다른 강아지에게 내침을 당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다른 집 반려견 들은 산책 중에 큰 것 작은 것 할 것 없이 볼일을 저 푸른 초원 위의 야외 화장실을 가쁜 이 이용하는데... 우리 집 나리는 언제나 우리 집 정원 한 귀퉁이에 이제 막 빨간 딸기가 조롱조롱 열리기 시작한 딸기밭 한가운데서만 볼일을 본다는 것이다.

딸기야 사서 먹으면 되고... 어찌 되었든 밖에서 볼일을 본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문제는 나리의 식사 시간은 한결 같은데 배변 시간은 다양하다는 것이다.

얼마전 우리집 정원 으로 마실 나온 옆집 고양이 루씨를 쫓다가 우리집과 옆집 사이의 나무울타리 틈새 일명 개구멍를 발견한 나리는 옆집으로 탈출을 시도 하다 친절한 옆집 아저씨의 인도로 다시 집으로 쫒겨 났고....

한번은 청소차 지나 가는 소리에 다른쪽 틈새 로 다시 집밖으로 나가려다 궁둥이가 끼여 실패 한적이 있었다.

안그래도 눈에 띄는 나리의 미모? 때문에 혼자 정원에 잠깐 두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그일들이 있고 난후에는 내가 화장실을 가야 한다거나 급하게 집안에서 뭔가를 해야 할때는 정원 으로 나가는 문을 잠깐씩 잠궈 둔다.


그랬더니...

어느날 아침 산책을 하고 정원 에서 실컷 놀고 나서..잠깐 정원문 잠궈 둔 사이에 ...거사를 치루고 말았다. 집 안에다가...

또 한번은 잠자기 전에 저녁 산책을 하고 실컷 정원에서 놀고 나서도 화장실을 가지 않고 있다가 모든 문이 잠기고 모두가 잠자러 올라가고 난후 오밤중 또는 새벽에 부엌으로 잠입? 해 하루 종일 잘 먹었노라 푸지게 증명해 보였다는 것이다.

나리야 산책가자..하고 어깨끈을 입히면 발랑 자빠 지신다
사고치고도 당당한 나리 와 그녀의 흔적 (식사 중이시거나 비위가 약한 분들은 위에 사진 은 패스 하세요!)

천방지축 개나리의 문제
안 그래도 나리가 혹시 모두 잠든 밤 또는 새벽에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사고를 칠까 봐 탁자와 말랑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쳐놓았는데...
설마  그 사이를 뚫고 요렇코롬 대형 사고를 쳐 놓았을지 미처 몰랐다.


부엌 한가운데 마치 조각품처럼 자리 잡고 앉아 굳어 있는 녀석의 그것을 본 순간 은근 결벽증이 있는 나는 "오 마이 갓뜨"를 외치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잠 안 자고 나리가 언제쯤 화장실 가고 싶을까 하고 보초를 설 수도 없고..

다른 사람도 들어올 수 있는데 정원으로 가는 문을 열어 놓고 잘 수도 없지 않은가...


두 번이나 시간도 다르게 그것도 부엌에서 나리의 어제 드신 메뉴 들을 다시 확인하게 된 일련의 사건 들은 내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얼마나 닦아 댔던지....

범인은 꼭 현장에 다시 온다고 강아지 들은 자기의 냄새와 흔적을 찾아 본능 적으로다 일친 곳을 다시 애용? 한다고 들었다. 해서 급한 대로 반려견 배변 시트를 사다 깔아 놓고 있기는 한데...


매일 식사 시간은 거의 같은 시간인데... 배변은 나리 지 맴이니 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으흑.... 지나다니며 저 널따란 풀밭에서 우아하게 볼일을 보고 있는 남의 집 반려견들과

그 뒤처리를 하고 까만 봉지 흔들며 사쁜하게 사라 지는 다른 견주들을 보며 부러움에 젖은 눈을

들어 한참을 바라본다.

"좋겠다... 느그들은......

나리야 내일은 니도 쟤들처럼 조기다 하자... 내도 깜장 봉지 들고 싶다.... 흑흑흑"

 

동네 산책 하는 골목 중간에 반려견 배설물을 담아 갈수 있는 검정 봉지 들이 자동 판매기 처럼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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