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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07. 2018

나리 나리 개 나리의 본색

알고 보니 나리는...


우리 집에 온 지 나흘째 되던 날부터 나리는 드디어 본색을 서서히 드러 내기 시작했다.

나리는 알고 보니 저지래를 좋아라 하는 장난꾸러기에 가끔 신이 나면 뒤집어져서 까꿍을 날리기도 하는 애교 쟁이에 전에 있던 곳에서 저 푸른 초원 위에 뛰어놀던 것이 습관이 되어 정원에서는 이리저리 땅을 헤집으며 잘 노는 개구쟁이에 다. 울타리 너머 가는 사람 오는 사람 구경도 하고.. 다양한 차 들과 자전거.. 우체부 아저씨의 수래 굴러가는 소리 등등.. 여러 가지 새로운 것에 관심이 충만한 호기심 쟁이... 그리고 지가 여기 있다고 짖어 대며 아는 체도 자주 는 수다쟁이였다.


요렇게 말이다....

공 놀이하자고 반려견을 위한 장난감 공을 던져 주면 나리는 조금 놀다 금방 싫증을 내고 어느새 숨겨 놓은 실내화 한 짝을 찾아내 물고 잽싸게 도망을 간다.

그리고 안돼! 하는 외침이 체 끝나기도 전에 물어뜯어 놓고...

정원에 여기저기 흙을 파놓고 킁킁 거리며 개미 사냥을 하는가 하면...

아침에 막내가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으면 귀신 같이 알고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오빠 오늘 학교 땡까면 안돼?"하는 표정을 짓는다. 요런 여우....

그리고는 막내가 학교 끝나서 집으로 오면 같이 놀아 주다가 정원에서 농구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빠져 한참을 구경한다.

또 언니가 틀어 놓은 알 수 없는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설거지 하던 엄마가 창문 밖 차 지나가는 소리에 유난 떨며 짖어 대는 나리에게 "괜찮아 트럭 소리야 나. 리!" 하고 외치 조용해지기도 한다.

마치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는 것처럼.....

그리고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뛸 듯이 반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소 보여 주기까지 한다.

이렇게 나리는 우리 집의 새 식구로 나름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매일 재미난 것을 찾아내고.. 또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며 말이다..


요즘,

평소대로 라면 한참 바삐 움직여야 할 시간에 아직은 우리 집에 익숙지 않아 혼자 둘 수 없는 강아지 나리 덕분에 집 안과 밖에서 눈 마주치며 나리를 불러 대는 것으로 많은 시간과 체럭을 쓰며 지내고 있는 나는...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조금 있다 손주를 본대도 이상 할 것이 없는 나이에 어느 날 갑자기 마치 엉금엉금 기기 시작한 아기를 데려와 키우는 상황 같지 않은가 말이다.

아직은 말 안 통하고 손 많이 가고 혼자 둘 수 없는 것이 딱 같지 않은가..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레 닥친? 나의 상황이 때때로 답답하고 스트레스받는 순간 들도 있다.

그래서 내가 뭔 생각으로 이런 큰일을 덥석 저질렀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머리 쓰담쓰담해주고 배 슬슬 긁어 주면 좋아서 기지개 켜고 꼬리 흔들어 대는 녀석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매일 쓸고 닦고 해도 온 집안에 진동하는 나리의 향에 잠자려고 누워도 마치 나리가 옆에 있는 것 같고...

잠도 없는 강아지 나리가 새벽 6시면 기상을 해서 자기가 이미 깨어났음을 알리는 덕분에 온 가족이

지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주말의 늦잠 또한 물 건너갔지 싶지만...

뭐 이 정도면 서로서로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생각했다. 우리도.. 나리도...

그 일이 터지기 전 까지는 말이다.


제법 의젓하게 정원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나리 "꽃 보다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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