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비 Oct 11. 2024

반 고흐의 밤의 테라스를 찾아서, 아를 여행

프랑스 남중부 소도시 아를 Arles



마르세유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역시 주변 소도시를 몇 군데 여행했다.

오늘은 J와 함께한 소도시 아를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마르세유에서 지역기차를 타고 50분 정도 가면 아를역에 도착한다. 늦은 오전인데도 기차에는 두 칸 중 한 칸 이상 차지한 좌석이 대부분이었다. 친절한 중년 아저씨가 우리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어서 J와 나는 나란히 앉아 기차를 타고 갔다.






아를은 역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거주하며 그림을 그렸던 남부의 소도시로 유명하다. 유명한 <밤의 테라스> 작품을 그린 곳도 아를이고, 방 그림이 있는 그림도 <아를의 방>이다. 게다가 그는 이곳의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고흐는 아를에서 그의 특징적인 색채와 화풍을 구축했다.





반 고흐 자화상, 밤의 테라스



그래. 나는 고흐를 만나려고 아를에 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이다. 어렸을 적 고흐의 그림에 쓰인 노란색을 보고, 이렇게나 깊은 노란색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때부터 노란색을 좋아하게 되었다. 레몬색의 투명한 시트롱 옐로우도 (프랑스어 단어로 jaune citron) 진한 스쿨버스의 노랑도 좋지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나는 론 강 위에 빛나는 탁기 섞긴 노랑이 참 좋다. 밝지만 어둠과 슬픔도 담긴 노랑이다.


내가 꼽는 고흐의 최고의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에> 다. 그가 그린 붓필의 곡선을 찬찬히 들여다 보다보면 고흐의 낭만과 슬픔이 별 주위로 반짝이는 빛처럼 애잔하게 퍼지는것 같다.










아를은 인구 5만의 아주 작은 도시로, 론 강이 흐르는 따뜻한 기후의 프로방스 지역이다. 아를은 고대 로마 시절에 번성해서 로마 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한 눈에 봐도 특징적인 마을 입구를 지나 길거리를 따라 들어가니 원형 경기장이 보인다. 고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원형 경기장이 있으니 흡사 이탈리아에 온 것 같다.






친구와 나는 출출해서 크레페를 먹었다. 사실 이것이 내 첫 크레페였다. 크레페는 얇은 밀가루 반죽 위에 바나나나 초콜릿 등을 얹어 사각형으로 반죽을 접어 내어주는 음식이다. J는 갈레트를 먹었다. 크레페는 간식같은 음식인데 비해 갈레트는 햄이나 계란 등을 넣어 간단한 한 끼도 되는 조금 더 든든한 음식이다.


아를을 방문했을 때는 예술 축제 기간이었다. 벽에 사진들이 붙어있고, 좁은 길거리에서 그림을 판매하는 사람도 보였다. 아를의 중심부는 아담하고 구석구석이 예뻤는데, 무엇보다 우리를 탄성지르게 한 것은 넓고 아득한 론강이었다.


반고흐 퐁다시옹 전시관을 찾으려다 길을 잘못들어 마을의 가장자리로 가게 되었다. 거기에 강이 있었다. 센 강보다 넓은 론 강이 눈 앞에 펼쳐졌다. 큰 나무가 그늘이 되어주었다. 이곳에 앉아 햇살을 쬐고 강변을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론 강은 윤슬이 반짝거리고 반대편의 소박한 도시풍경이 펼쳐져 있다. 내가 본 강 중 가장 낭만적인 강이다.



아를의 론 강과 길




설레는 마음으로 퐁다시옹 반 고흐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시관에는 반고흐 작품이 몇 개 없었다. 알고보니 이곳은 반 고흐에게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나 비슷한 별을 주제로 한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회전하는 돌이라던지 벽면의 오줌싸개 작품처럼 독특한 작품들도 많아서 한 번 볼만은 했다. 그래도 J와 이건 어떤 뜻일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관람했다. 몇 개의 고흐 작품도 볼 수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는 더 없는데 우리가 갔던 때가 운좋게 작품이 몇 개 있었다고 한다.

 

전시회를 나가서는 반 고흐가 흔적을 남긴 장소로 향했다. 이름은 ‘에스파스 반 고흐’.그가 입원한 정신병원이다. 병원은 네모난 건물로 창문이 안쪽을 향해 나 있는 폐쇄적인 구조다. 딱 정신병원 느낌이다. 위로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예술 축제 기간이라 티켓 소지자들만 올라갈 수 있었다.


프랑스는 문화재나 역사적인 장소에 예술 전시회를 여는 경우가 있다. 그 다음에 찾아간 지하 광장도 그랬다.



퐁다시옹 반 고흐 내부
정신병원이었던 에스파스 반 고흐




잠시 아이스크림을 먹고 쉰 후에는 지하 광장으로 들어갔다. 고대 로마인이 지하에서 포럼도 열고 광장처럼 물건도 팔곤 했다고 한다. 지하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들어갔는데, 지하의 긴 건축물만 대부분이고 유적물 같은 건 많지 않았다. 대신에, 그 긴 자리에 전시회가 진행되어 있어 공간을 채웠다. 현재와 과거가 한 자리에서 공존하는, 참 독특한 풍경이다.



지하 광장
지하 광장 전시회
아를의 시청
Hotel de Ville


 

지하 광장은 Hotel de Ville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이 건물은 현재 시청으로 쓰인다고 한다.


프랑스어로 오텔 드 빌 이면 '마을의 호텔'이라는 뜻이다. 마을의 호텔인데 여기가 지금은 시청이라고 그러지?

아, 옛날에는 마을에 있는 호텔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시청으로 바뀌었나보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J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 나중에 각 마을에 있는 '오텔 드 빌'을 보면서, 프랑스어로 시청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게 함께하는 여행의 또 다른 단점이랄까 ㅋㅋㅋ 함께 다니는 사람의 말을 모두 믿지는 말자.







그 다음 반고흐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밤의 테라스를 그린 노란 카페다. 르 카페 반 고흐.


원래는 영업중이었는데, 수 개월 전부터 임시휴업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외관과 테라스 쪽 벽면을 볼 수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벽의 노란색 페인트를 덧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월로 인해 까매진 부분도 있는 것이 더 멋스러웠다. 진짜 이곳에서 고흐가 커피도 마시고 활동했을까? 가난해서 많이 마시진 못했을 지라도… 실제 장소가 남아있다는 것이 주는 힘은 크다. 나는 테라스의 카페에서 오가며 그곳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애정을 가지며 그림을 그렸을 그의 생활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렇게 보니 그가 교과서에 나오는 먼 인물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고 생각보다 가까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생생히 남아있다는 것이 바로 유럽 여행의 묘미이다.



르 카페 반고흐 외관




아를은 반 고흐가 아지랑이 같은 붓필의 그림 특징을 구축한 곳이다. 마을을 방문함으로써 빛나는 론 강과 밤의 테라스를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아를의 관광구역은 아주 작아서 걸어서 하루 안에 모든 곳을 다닐 수 있다.

마르세유, 혹은 남중부 프랑스를 여행한다면. 그리고 반 고흐를 좋아한다면 아기자기한 아를을 위해 시간을 내어보자.


이전 09화 혼자, 그리고 함께하는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