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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비 Oct 09. 2024

혼자, 그리고 함께하는 여행

여행의 특성과 의미에 대하여



당신은 혼자하는 여행이 좋은가, 함께하는 여행을 좋아하는가?



나는 예전에는 혼자하는 여행을 선호했다. 가보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고, 내 컨디션이나 하고 싶은대로 다닐 수 있는 혼자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같이 다니는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로 마음껏 떠날 수 있다. 미술관을 가서 원하는 작품을 마음껏 보다 늦게 나와도 나를 보채는 사람이 없다. 계획한 다음 장소를 보지 않고 돌아와도 괜찮다. 아쉬워하며 설득할 사람도 없으니까.


혼자 여행의 단점이라면, 반신이나 전신사진을 찍기 힘든 것. 그리고 말할 사람이 없어 약간 심심한 것. 그리고 식당에 혼자 들어가 음식을 먹는 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힘든 건 감안할 수 있고, 말은 여행에 돌아온 후에 마음껏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혼자 식당에 가는 것이었다. 혼자라 살짝 낯선 기분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먹던 것도, 괜히 뻘쭘해하며 빨리 음식을 넘기던 것도 몇 년이 지나니 익숙해졌다. 그렇게 혼자 여행의 최대 단점이 익숙해질 무렵, 나는 여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거야.’



원래 자고로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를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마주하며 나의 생각과 경험을 확장하는 활동이다. 때로는 풍경을 보며 고요하게 쉬고. 그냥 예쁘고 맛있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여행도 있다. 쉼의 목적을 가진 여행이다.


나한테는 그것이 내 세계를 넓히는 것이든 쉬는 것이든 그것에 맞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이 좋았다. 원래 여행의 목적성에 충실한 여행이랄까.



한편, 같이 하는 여행이란 세상 비효율적이다. 원하는 여행일을 맞춰야 하고, 취향이나 관심사를 고려해 방문할 곳을 정해야 한다. 한쪽이 배부른데 한쪽은 배고파서 음식점에 일찍 들어가고 싶다거나 한쪽은 지루한데 한쪽은 재밌어서 조금 더 시간을 내어 구경하고 싶은 일이 여행 도중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나 여행은 일상과 다르게 매일 펼쳐지지 않는다. 여행이란 보통 우리의 귀중한 시간과 한정된 예산을 내어 떠난다. 그래서인지 ‘현재’가 더 중요한 활동이다. 여행지에서 이번에 여기를 지나치면 다시 못봐서 두고두고 후회할 수 있다. 지금 이 가게를 떠나면, 언제 또 이 맛있는 특산품을 살 기회가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친한 친구나 연인과 여행을 가면 한 번은 싸우게 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수긍이 가는 일이다.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금방 흐릿해지는 일상과는 다르게 몇 년이 지나도 생생한 것은, 지금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많은 박물관과 미술품을 보고 감탄해도 시간이 지나 실제로 기억에 남는 건 몇 개나 될까?

멋있는 기념품을 사모으고 세상의 맛있는 특산품을 먹으며 개인적 미식의 세계를 마음껏 넓히는 것. 그것보다 뭐 한 두 개 놓치더라도 좋은 사람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추억을 쌓은 것 중 어떤 것이 더 행복한 여행일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 좋아졌다.

길게 보면 여행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게 더 즐겁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미술관을 가서 원하는 작품을 마음껏 보려는 나를 보채는 그 사람이 있어서. 계획한 다음 장소를 가지 않고 싶어도 아쉬워하며 설득할 그 사람이 함께 해서 그 여행이 의미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과 그 장소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여행이 추억으로 살아난다.

여행을 통해 성장한 나는 또 그것의 영감을 사람들과 만나 공유하는데에, 일하며 사람들을 돕는데 쓰게 된다. 종국에는 여행은 사람이 대입되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거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거야.





여행 중 만난 누군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나는 그때 속으로 장소도 중요하고 계획도 중요하지! 하고 생각했다. 말했듯이 한정된 자원을 내어 보내는데 말이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일거다. 그런데 아무리 그 멋진 곳에 가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그 여행의 양상은 달라진다. 흥이 많은 친구와는 노래를 부르면서 다녔던 웃긴 여행이 되고, 섬세한 친구와는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면서 말이 많지 않아도 편안한 여행을 할 수도 있다. 같은 곳을 가도 색채가 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의 신기한 면모다.




나는 정말이지 같은 것을 두 번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도 한 번 이상 보지 않는다. 책도 내 인생책을 제외하고는 한 번 읽고 두 번 다시 펼치치 않는다. 펼칠 때는 독후감 쓸 때였나? 노래는 일주일 넘게 질리도록 들은 다음 마스터를 하고 나서 잘 찾지 않는다.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기왕이면 다른 것을 보고 싶다. 음식도 잘 물린다. 자취를 할 때는 하루 먹던 찌개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른 음식을 한 후에 다시 먹곤 했다.


그래도, 좋은 곳은 두 번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예쁜 곳을 볼 때면 '다음에는 소중한 누군가와 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더 잘 아는 곳이면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전히 혼자 하는 여행은 좋다. 그래도 진짜 여행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건, 함께하는 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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