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작이 꺼져가고 있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셨죠?'
범진은 하늘을 바라보며, 물었다. 허공에 메아리 치는 소리가 범진의 귓가에 울린다.
그 메아리는 서늘한 겨울 하늘을 멤돈 뒤에, 아주 조용하게 사라진다.
언제 소리가 울렸냐는 듯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조용히 읋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당신은 어디 계신가요.'
마른 장작이 타닥하고 타오른다.
붉은 불꽃과 시커먼 장작이 타오른다. 꺼져갈듯이 희미해 졌다가 메마른 바람의 숨결에 다시 타닥 하고 타오르기를 반복한다. 범진은 메아리가 사라진 공간 속에서 숨죽이며 그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본다.
낮의 청량한 풀을 먹은 양들은 옹기종기 모여, 겨울의 긴 밤을 지새며 슬퍼하는 범진을 바라본다.
우둑하고 멋진 뿔을 가진 우두머리 양은 그런 범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어린양들을 바라본다.
자신의 따뜻하고 풍성한 양털에 붙어있는 그들을 본다.
혼자인 범진을 뚜렷히 바라보다, 우두머리 양은 서글프게 겨울의 밤 하늘을 향해 크게 음메하고 소리지른다.
그리고 무리를 헤치고, 범진에게 다가간다.
다른 양들은 그런 우두머리를 지켜본다.
우두머리 양은 성큼 성큼 걷더니 범진의 옆에 다가가 자신의 양털을 내어준다.
범진은 양털을 쓰다듬는다.
다른 양들이 우두커니 바라보다, 자신의 왕을 향해, 자신의 우두머리를 향해 걷더니
범진과 우두머리 양의 옆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포근히 옹기 종기 붙어 온기를 나눈다.
몽골의 어느 유목민의 일기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