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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바람/바램

-제 바람은, 이 글들이 당신의 국어생활에 뜻깊은 한 점이 되는 것입니다

by somehow

열네 번째, 마지막 단어는

바람/바램 입니다.




오늘의 단어 바람/바램은 정확히 말하자면 의미의 차이가 있을 뿐 맞춤법상 어느 것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두 단어의 의미와 탄생 배경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쓰임의 차이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바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바램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함.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함.


‘바람’'바라다'에서 온 우리말, 명사입니다.

'바라다''어떤 일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는 의미의 동사에서 비롯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바램(X)'과 같은 형태로 결코 변화될 수 없습니다.


반면, 바램의 기본형은 '바래다'입니다.

‘바래다'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라는 동사에서 온 말로서, 나아가 '그 존재(의미)가 희미해지거나 볼품없이 되다'(=퇴색하다, 희미해지다,무색해지다) 와 같은 의미로 확장되지요. 따라서, ’바람‘과는 전혀 다른 의미임을 기억하세요!


그러므로, 어떤 소망이나 간절함을 표현할 때는 ‘바램(X)’이 아닌 '바람'으로 적고 읽어야 합니다.

흔히 소망의 뜻으로 '바램(X)'으로 쓰는 경우를 볼 수 있지만 이때는 잘못된 표기입니다.


바래다(바램)가 쓰이는 문장들을 볼까요.

'어머니의 오래된 외투는 어느새 빛이 바래어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누렇게 바랜 외할머니네 집안 벽지들을 뜯어내고 새로 해드렸다.'

'빛이 바랜 종잇조각들이 여전히 대문간에 붙어 있었다.'

'강가에 널려 있는 작은 돌들이 햇볕에 바래서 새하얀 색이 었구나.'

'부모를 찾아헤이던 그의 소망은 빛이 바래었다.'


바램이라는 형태로 쓰이는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으며, 바래어/바랜/바래서 와 같은 활용형으로 쓰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라다(바람)의 예문을 볼까요.

'우리의 간절한 바람은 그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네가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기를 바라!'

'언젠가는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어떤 소망이나 바라는 바에 대하여 표현할 때는 헛갈리지 말고 표준어인 '바람'이라고 쓰도록 노력합시다!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보아요.



“오 마이 갓!!! 네가 정말 나의 자매야?!”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우리가 만나게 됐을까?!! 서로의 간절한 바람이 오늘에야 이루어졌어!!”


쌍둥이 자매인 안나와 헬렌은 자그마치 30여 년만에 처음 서로 만났습니다.


어느 날, 영국에 사는 안나의 친구 줄리가 SNS를 검색하던 중 자신의 친구와 너무나 닮은 헬렌이라는 이름의 노르웨이 여인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어....안나와 정말 많이 닮았는데, 이름은 다르네??”


그토록 놀라운 사실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한 줄리가 안나에게 물었습니다.


“이것 좀 봐, 어때? 이 사람, 너랑 똑같지 않니? 너라고 해도 믿겠어! 너...쌍둥이 아니야?”


줄리가 가리키는 SNS상의 헬렌이라는 여인의 모습에 놀란 것은 안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나.....이게 누구일까? 어떻게....어떻게...나랑 이렇게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


안나는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하고 더듬거렸습니다.

그로부터 안나는 기대와 두려움 속에 헬렌과의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안나와 헬렌은 30여 년 전 한국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였습니다.

또한 한국 이름은 각각 ‘영미와 선미’였으나 함께 살지 못하고 두 살이 채 되기 전, 영국과 노르웨이로 각각 입양되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부모님과 함께 그 당시의 입양기관과 자료 등을 통해 자신들의 근원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양쪽의 부모님들도 안나와 헬렌이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입양을 했던 것입니다.


감격스러운 자매 상봉을 이룬 자리에서 안나와 헬렌은 떨리는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엄마 아빠, 지금까지 저희를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동 복지기관 앞에 버려진 아기를 아무 조건 없이 데려와 가족으로 품어주시고 잘 자라도록 얼마나 큰 사랑과 정성을 다해주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동양에서 온 입양아라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그러는 동안, 저와 한날 한시에 세상에 태어난 또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찮게 알게 되었죠. 어느새 저희는 서로를 꼭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그 바람이 이루어졌어요! 저의 한국인 자매를 찾게 되었어도 나의 가족은 여전히 여러분이라는 점도 변함이 없지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나의 가족들!”

“그래!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다! 너는 사랑스러운 우리의 딸이니까! 너는 한국인이자 노르웨이 사람으로서 훌륭하게 성장했고, 또 사회적으로 제 역할을 하며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우리도 너를 사랑한단다! 언젠가는 친부모님도 만나게 되기를, 그 또한 언제나 간절히 바란단다! 사랑한다, 영미 안나, 그리고 선미 헬렌! ”


헬렌의 부모님이 감격스레 말씀하시자, 안나의 부모님도 자매를 따뜻하게 포옹하며 이렇게 기원했습니다.


“물론이지! 제발 그 간절한 바람바래기 전에 소중한 부모님도 만나게 되기를!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이니까! 너희 둘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이렇게 만나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진리임을 오늘 다시 깨닫게 되는구나! 너희들의 삶 자체가 언제나 절실한 바람으로 가득했기 때문이겠지!"




바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바램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바람’은 '바라다'에서 온 단어이므로 '바람'으로 적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간절할 소망을 담은 마음'을 표현할 때 '바램(X)'을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바램’은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라는 뜻의 ‘바래다'라는 단어에서 온 말로서, 바람’과는 전혀 다른 의미임을 기억하세요.


'바람' '바램'의 의미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앞으로는 헛갈리지 않을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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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바람은 소망이라는 뜻 외에도 기본적으로 '공이나 튜브 따위와 같이 속이 빈 곳에 넣는 공기. 혹은 공기의 흐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의존명사로서 '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 '뒷말의 근거나 원인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하면서 흔히 헛갈리는 단어들의 올바른 사용법 맞춤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브런치북은, 향후 단행본으로 출간될 총 100꼭지의 원고 중 일부를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출간될 원고는 헛갈리는 단어의 의미와 예문으로 작성된 본문(이야기형태)들로만 되어있으나, 여기서는 앞부분에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출간될 단행본은 우리말을 새로 익히는 초등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지만, 우리말 사용에 있어 일상적으로 종종 헛갈리는 우리 한글 사용자 누구나 곁에 두고 참고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하였습니다.


사실 이 원고를 시작하고 마치는 데까지 무려 3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게으른 탓이기도 하고 월급생활자의 삶에 열심을 다하느라, 원고를 완성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기 위해 틈틈이, 짬짬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완성된 원고가 출간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기에, 브런치북으로 먼저 몇 꼭지만 소개해 보기로 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말을 배우고 사용하지만 저역시 여전히 종종 헛갈리는 것이 사실이기에, 그런 경험이 없지 않을 여러분과 공유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작업을 계기로,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들뿐 아니라 우리 한글 사용자들이 우리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저 국어교육을 공부한 어쭙잖은 일개 한국인일 뿐이지만, 한 국가의 가치와 존재 이유의 근간이 바로 언어(모국어)라는 점을 기억하고, 세계인들조차 훌륭한 언어체계를 갖추었다고 인정해 마지않는 한글, 소중한 우리말을 우리 모두가 지키고 바르게 사용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국어를 잃은 나라는 존재 의미가 무색하겠지요.

여러분과 함께 그 작은 노력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였고, 이제 마칩니다.

그러나 한강에 돌 던지듯 이와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당신의 응원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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