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검은콩을 한 움큼 넣어 맛나고 따순 밥을 지으셨습니다.
사전을 열어 확인합니다.
움큼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무심코 발음하고 쓰자면 '웅큼(X)'으로 됩니다만, 표기도 발음도 '움큼'이 맞습니다.
그러면 '웅큼(X)은 왜 틀린 걸까요?
[김홍석 저/국어생활백서]에 따르면, 움큼의 첫째 음절 ‘움’을 발음상 편의를 위해 수의적(임의로)으로 자음동화(움-->웅)한 현상이므로 잘못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웅큼(X)’은 ‘움큼’의 잘못된 표기이며 ‘움큼’의 북한어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움큼’이 맞습니다.
또한, ‘움큼’의 의미로 ‘움쿰’을 쓰는 경우가 있으나, 발음이 비슷한 형태 여럿이 아무런 의미 차이 없이 함께 쓰일 때는, 그 중 널리 쓰이는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 제2장 제4절 제17항에 따라 ‘움큼’만 표준어로 인정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움큼'이라는 단어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우희윰/우훔'이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우희윰/우훔(15세기)>우흠(18세기~19세기)>움쿰(19세기)>움큼(20세기~현재)과 같은 변화를 겪습니다.
'움큼'의 옛말 ‘우희윰’과 ‘우훔’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우희윰’은 '움키다'라는 뜻의 ‘우희-’에 명사형 어미 ‘-움’이 결합된 것으로 제2음절(-희)의 ‘(ㅣ)y’로 인해 제3음절(-움)에 ‘(ㅣ)y’가 삽입되어 ‘윰’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훔’에도 명사형 어미 ‘-움’이 결합된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우훔’이라는 형태를 고려할 때는 어간을 ‘우희-’로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훔’은 근대 국어 시기에 ‘우흠’으로 바뀌어 나타납니다.
19세기 문헌에 보이는 ‘움쿰’은 ‘우희-’가 ‘움킈-’로 변화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충분한 풀이는 많지 않으나 그나마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의 풀이를 참고하고 부분적으로 인용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움큼이라는 의존명사가 문장에 쓰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에게 사탕 한 움큼을 쥐어 주었다.'
'이 빵이 특별한 이유는 밀가루와 소금, 물 외에도 한 움큼의 '정성'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굶주린 소년은 양손 가득 한 움큼씩 먹을 것을 쥐고도 눈앞의 음식들을 두리번거렸다.'
움큼의 뜻을 되새기며 아래 이야기를 읽어보아요.
오늘은 어린이 제빵 교실이 열리는 날입니다.
<개나리아파트> 부녀회에서는 매월 두 번째 토요일이면 아파트에 사는 초등생 어린이들 중에서 선착순으로 여섯 명씩 지원자를 모아 제빵 교실을 운영합니다.
어린이 제빵 교실에는 지선이와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 여러분 오늘은 예고한 대로 <견과류와 크렌베리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재료는 테이블에 미리 준비해 두었으니 함께 힘을 모아 예쁘고 맛 좋은 빵을 만들어 볼까요!”
“네! 빨리 만들어요!!”
“빨리 먹고 싶어요!!”
“내가 만든 건 내가 다 먹어야지~!”
아이들은 신나게 떠들어대며 제빵사 부녀회장의 안내로 빵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두 개의 테이블에 재료가 마련되어 있죠? 세 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만들어 볼게요. 파운드케이크 한 개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버터 60g, 설탕 55g, 달걀 1개, 박력분 110g, 우유 2T 스푼, 견과류와 크랜베리 한 움큼입니다!”
부녀회장님의 말에 따라 세 사람씩 두 팀으로 나뉘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먼저, 버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실온에 두어 녹여야 합니다. 오늘은 이미 적당히 녹아있을테니 커다란 볼에 버터를 넣고 거품기로 저어서 풀어주세요. 그다음 설탕 55g을 두 번이나 세 번에 걸쳐 나누어서 넣어주고, 계란 1개도 넣어주세요. 그리고 모든 재료를 골고루 섞어주어야 합니다!”
“아~~~ 재미있어요! 그릇이 커서 거품기로 막 저어 주니까 금방 잘 섞여요! ”
아이들은 자신들의 손끝에서 버터와 설탕과 계란이 섞이는 과정이 신기한 듯 수업에 몰두했습니다.
“네네, 좋아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렇게 잘 섞인 데다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를 넣어줄 거에요. 그런데 그냥 넣는게 아니고, 체로 쳐서 넣어야 해요! 한 사람이 볼 위에 체를 대주세요. 다른 한 사람은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 섞은 것을 체에 부어요. 체를 잡은 사람은 가루가 그릇 안으로 골고루 잘 들어가도록 살살 흔들어 주세요.”
아이들은 서투른 솜씨나마 서로 도와가며 부녀회장의 안내를 하나하나 따라합니다.
“네에~~밀가루도 다 넣었어요! 체를 통과하면서 먼지처럼 살포시 내려앉았어요!”
“좋아요. 이제부터는 거품기로는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숟가락을 이용해서 액체와 가루가 잘 섞이도록 뒤섞어야 해요! 그렇게 해서 잘 섞인 반죽에 우유 2T 스푼을 넣어어요! 그러면 반죽이 좀 더 부드러워지겠죠?”
“흐음~지금도 냄새가 너무 달콤해서 그냥 먹어보고 싶어요! 헤헤!”
지선이가 반죽 한 숟가락을 떠서 냄새 맡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래요, 그냥 먹고 싶어도 아직 참고, 마지막으로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크랜베리를 한 움큼, 적당히 넣어서 고루 섞어주세요! 견과류와 크랜베리가 씹는 맛과 고소함을 더해주거든요!”
그때 지선이 친구 수영이가 여쭈었습니다.
“한 웅큼? 견과류와 크랜베리 한 웅큼이 얼마큼이에요? 사람들 손바닥 크기는 다 다른데....‘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요,선생님!”
“한 손으로 움켜잡았을 때 잡히는 정도가 ‘한 움큼’이에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더 넣어도 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이 분량을 세는 단위는 웅큼이 아니라 ‘움큼’이라고 쓰고 읽어요!”
“아, 한 움-큼-! 견과류와 크렌배리 한 움큼 넣었어요! ㅎㅎㅎ”
질문과 대답이 오가며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재료가 준비되었습니다.
"자 준비된 반죽을 앞에 놓인 파운드 빵틀에 부어야 해요! 먼저 유산지를 깔고 반죽을 부어서 윗면을 평평하게 다독여주세요!"
부녀회장은 빵틀에 넣은 반죽을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20분 정도 구워주었습니다.
마침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견과류와 크랜베리 파운드케이크>가 완성되어 나오자 아이들은 환성을 질렀습니다.
“우와~~! 내 손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냄새도 모양도 너무 좋아요! 아까워서 못 먹을 것 같아요!”
“사먹는 것보다 백배는 더 맛있을 것 같아요!!”
군침을흘리며 수다를 떠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선생님은 흐뭇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그래! 너희들의 정성이 한 움큼 더해졌으니 세상 어떤 것보다 특별한 빵이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