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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욱여넣다/우겨넣다

-청년은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볼이 메도록 욱여넣었으며 눈물을 흘렸다.

by somehow

이번에는

욱여넣다/우겨넣다 입니다.



단어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욱여넣다 주위에서 중심으로 함부로 밀어 넣다. 바깥에서 안으로 밀어 넣다.


‘욱여-’를 발음하면 [우겨-]로 소리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겨넣다(X)’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우겨넣다(X)’'욱여넣다'의 비표준어입니다.


욱여넣다를 살피다 보니, 우격다짐, 우기다 라는 단어와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우격다짐은, '억지로 우겨서 남을 굴복시킴. 또는 그런 행위.'라는 의미의 명사입니다.

'우겨서 남을 굴복시킨다'우격다짐을 알아보자니, 우기다의 의미를 먼저 살펴야겠습니다.


그래서 좀더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욱다. 욱이다, 우기다의 세가지 형태에 대한 풀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욱다''안쪽으로 조금 우그러져 있다.'라는 뜻의 형용사라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욱여넣다'가 '주위에서 중심으로 함부로 밀어 넣다.'라는 뜻임을 떠올린다면, 욱여넣다라는 동사가 아마도 욱다/욱이다+넣다의 형태로 비롯된 것같습니다.

또한 ‘욱다’의 사동사(시킴꼴/어떤 행위를 시킨다는 의미)인 ‘욱이다’는 '안쪽으로 조금 우그러지게 하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한편 ‘우기다’는 '억지를 부려 제 의견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데요,

욱다/욱이다: 안쪽으로 우그러져 있다-->고집, 억지 등의 의미로 확장되고, 욱이다-->우기다와 같이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며 현재의, '억지를 부려 제 의견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다.'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우격다짐' 또한 이같은 우기다의 의미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짐작할 만합니다.


(이보다 더 정확한 역사적 의미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여기 서술한 내용은 제 짧은 지식의 수준에서 여러 사전들을 뒤져 추론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용상의 오류를 발견하시거나 추가할 사항을 알려주시면 기꺼이 바로잡겠습니다!)


오늘의 우리말, 욱여넣다가 쓰인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수는 부끄러운듯 지원서를 가방 속으로 욱여넣었다.'

'맷돌 구멍에 콩알들을 욱여넣었으시는 할머니 마음은 손주에게 맛난 두부를 만들어줄 생각으로 바빴다.'

'이녀석아, 그렇게 욱여넣다가는 콧구멍만한 주머니가 터져버리겠다!'





어느 해 1월 중순, 한파가 매서운 밤이 깊어 가는 시각입니다.


시골 읍내의 한적한 기차역 부근, 복잡한 골목 어귀에는 허름한 국밥집이 있습니다.

국밥집 주인은 머리가 허옇게 센 할머니입니다.

허리가 거의 기역자로 굽은 할머니는 밤늦도록 오래된 형광등이 한번씩 껌벅이는 식당 안 난롯가에 홀로 앉아 졸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괘종시계가 갑자기 댕-댕- 울리며 밤 10시를 알려줍니다.


“아이고 깜짝이야...! 벌써 10시로구나...오늘은 더 올 손님이 없나, 문을 닫아야겠다...엇, 추워라..”


시계 종소리에 놀라 깬 할머니가 선뜩한 어깨를 움츠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허술한 미닫이 출입문이 삐걱이며 열렸습니다.


“저...아직 국밥 먹을 수 있나요...?”


이내, 말할 수 없이 초라한 행색의 한 사내가 열린 문틈으로 시커먼 얼굴을 들이밀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그럼요....어서 들어오세요. 물론이죠, 날도 추운데...뜨거운 국밥 한 그릇 드시고 가셔야지요...”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애써 펴 보이며 손님을 맞았습니다.

추위에 떨었는지 꽁꽁 언 손을 난롯불에 비벼 녹이던 손님은 할머니가 내어주는 뜨거운 국밥을 허겁지겁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후루룩-후룩, 쩝쩝쩝쩝-우걱우걱-컥컥-! 쩝쩝-우걱우걱-후룩-커걱컥--”


한쪽에 앉아, 급히 식사하는 손님을 바라보던 할머니가 걱정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고, 그렇게 욱여넣으면 다 먹지도 못하고 체하시겠수! 천천히 꼭꼭 씹어드시잖고요... 이 밤중에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 거요...?”


숨도 쉬지 않는 듯, 며칠 굶은 사람처럼 정신없이 국밥을 욱여넣던 손님은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고개를 들고 숟가락질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입안에 든 것을 대충 씹어 목구멍으로 욱여넣고서야 간신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국밥이... 너무나 맛있어서요...언제 밥을 먹었는지...기억도 가물가물하고요...”

“북극 한파가 몰려와서, 요 며칠 영하 20도를 밑도는데... 드시는 것이라도 거르지 말아야 합니다...속이 든든하면 아무리 고단해도 버틸 수 있을테니까요....”


주인 할머니는 진심으로 근심스러운 듯 말했습니다.

그사이 국밥 그릇을 깨끗이 비운 손님은 손등으로 입술을 훔치며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예예...그렇지요, 걱정해 주시는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그런데...자식 잃은 부모가 무슨 염치로 끼니 때마다 뜨신 밥그릇을 마주하겠습니까...흑흑흑...”


손님은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얼굴을 감싸 안았습니다.

알고 보니, 손님은 자그마치 3년째 전국 팔도를 헤매고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아들이 어느 날 하굣길에 실종되었고, 그때부터 부모는 아들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집 근처에서는 찾지 못하자 전국의 복지시설이나 경찰서 등을 찾아다니며 어린 아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쉼 없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슈퍼마켓은 그날부터 문을 닫았을 뿐 아니라, 그 와중에 아들의 어머니는 깊은 병에 걸려 몸져 눕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이고 세상에...어쩌면 좋을까나...금쪽같은 아이를 잃으셨다니...얼마나 기막히고 참담하실까요...”


손님이 울먹이며 털어놓는 이야기에 할머니의 가슴도 찢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자식을 잃고 천지를 헤매는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은, 한겨울 밤 매서운 찬바람이 되어 허술한 식당 문을 뒤흔들었습니다.




욱여넣다 주위에서 중심으로 함부로 밀어 넣다.


‘욱여-’를 발음하면 [우겨-]로 소리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겨넣다(X)’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우겨넣다(X)’'욱여넣다'의 비표준어입니다.

이제부터는 표준어인 ‘욱여넣다’를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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