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땅과 암소 몇 마리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농부가 있었다. 농부는 가진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촌동생이 농부의 집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동생은 농부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물건들을 늘어놓으며 도시 생활의 편리함에 대해 자랑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물건에 신기해하며 귀를 기울이던 농부는 이내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졌다.
“나만 시골 촌구석에서 궁색맞게 살고 있었구나!”
그것을 느낀 사촌동생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비결을 알려주었다.
“우선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세요. 그리고 그 돈으로 땅과 가축을 사고, 그렇게 번 돈으로 더 많은 땅과 가축을 사세요. 그렇게 계속해서 땅과 가축을 사서 큰돈을 벌고 나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형님을 부러워하게 될 겁니다.”
그 소리를 들은 농부는 기뻐하며 사촌동생이 시키는 대로 했다. 땅은 물론이고 암소와 트랙터와 수확용 기계를 사들였다. 그리고 하루도 쉬지 않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만 했다.
은행 빚을 갚아야 했으므로 한 푼도 쓰지 않고 알뜰하게 돈도 모았다. 물론 땅과 가축을 더 많이 사들일 욕심으로, 그 뒤로도 줄기차게 또 빚을 져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농부는 평생 일만 하다가 늙게 되었다. 나이 든 몸은 쑤시고 저려서, 참다못한 그는 결국 의사인 사촌동생을 다시 찾았다.
사촌동생은 농부를 이리저리 진찰하고는 점잖게 경고했다.
"쉬지 않으면 형님은 오래 살지 못할 겁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땅을 전부 팔고 암소 몇 마리만 남겨 두세요. 손바닥만 한 밭뙈기만 갈아도 얼마든지 왕처럼 살 수 있잖습니까. 욕심 없는 단순한 생활이 건강의 열쇠입니다!"
이 말은 들은 농부는 사촌동생에게 벌컥 화를 냈다.
"젠장, 왜 삼십 년 전에 그 말을 해주지 않았어? 그랬다면 평생 이 고생은 안 했을 거 아냐!"
이 이야기는 탈무드에 실린 이야기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웃기다가도 이내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건 우리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얼마나 남의 말에 흔들리고 있는가. 촘촘한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한 장의 사진, 짧은 글 하나로 다수와 소통할 수 있으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하지만 더불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고, 반대로 작은 위로가 큰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의 말은 날카로운 칼도, 따뜻한 손길도 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진다.
특히 마흔에 접어든 우리에게 말이 주 무게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순수한 20대로, 경험이 부족했던 30대로 이해받을 수 없다. 우리가 던지는 말은 연륜이 더해져 더 큰 책임감을 지닌다. 하여 내가 한 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가 한 말이 누군가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동시에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연코 다른 사람의 말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게 해서는 안 된다. 마흔 이후의 삶은 중심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평가와 시선에 휘둘려 내 길을 잃는 순간, 우리는 결국 타인의 기준에 따른 삶을 살게 될 뿐이다. 성숙한 어른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살며, 그것에 책임을 진다.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것에서 기인하니, 이 강령이 주는 의미는 실로 무겁다.
말이 가진 힘을 망각하지 말자.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한마디 말을 스스로 정의해 보자.
이제는 타인의 말보다 자신의 기준을 더 무겁게 여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