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아브라함과의 첫 만남

by 정안

긴 비행을 마치고 카사블랑카 모하메드 5세 공항에 도착했다.


짐 찾는 곳으로 갔는데 워낙 큰 비행기라서 수하물이 두 군데에서 나왔다. 나오는 짐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시켜서 보니 한국인이었다. 비행기를 탄 이후 한국인은 처음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그분도 모로코에 와서 한국인은 처음 봤다고 한다.


라바트에 있는 회사에 가기 위해 모로코에 왔다는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내 조국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수하물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건대 캐리어가 다 비슷해서 정말 뚫어져라 보거나 특징적인 표시를 하지 않으면 짐 찾는 것이 상당히 피곤하다.


다행히 나는 십 년 전쯤 스위스 여행을 갔다가 캐리어가 고장 나서 그곳 슈퍼마켓에서 캐리어를 샀는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옅은 노란색 바탕에 다양한 색깔의 자잘한 그림들이 있는 캐리어를 샀다. 근데 이게 좋은 선택이었다. 한 번도 같은 캐리어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수하물을 찾을 때 내 캐리어는 멀리서도 바로 눈에 들어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 카사블랑카 숙소까지 데려다줄 택시를 예약했는데 시간이 남아 차를 한잔 마셨다. 커피 한잔과 병음료 2개를 마셨는데 3만 원 가까운 금액이 나와서 좀 놀랐다. 모로코 물가가 싸다고 들었는데 공항은 다른가 보다. 두바이 공항 스타벅스 커피도 한국보다 1.5배는 비쌌던 기억이 났다.


공항에서 나오자 전) 미국대통령 오바마를 닮은 청년이 우리 이름을 영어로 써서 들고 있었다. 모로코 여행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하라보다 몇 배는 더 기억에 남을 29살 청년 아브라함을 그렇게 처음 만났다.

모로코는 도시 간 이동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이 많지 않아 2박 3일 사막투어를 예약한 "핫산네 투어"에 문의를 했더니 공항부터 6일 동안 도시 간 이동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핫산네에서 도시별로 택시를 섭외해 주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핫산네 투어" 직원 1명(아브라함)이 승합차를 가지고 나와 현지 가이드처럼 도시별 이동은 물론 사막투어까지 함께 하는 것이었다.

*핫산네 투어 : 모로코에서 '핫산'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철수'만큼 흔한 이름이라 같은 이름의 여행사가 많으니 유의해서 찾아야 한다


도시 이동은 짧게는 4시간 길게는 7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고 사막투어는 아틀라스 산맥을 따라 중간중간에 있는 도시나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까지 포함해서 11시간에서 13시간 걸리는 기나긴 거리였다. 아브라함은 도시 간 이동 후 우리와 같은 도시, 다른 숙소에서 자고 아침에 숙소로 우리를 태우러 왔다.


8박 9일의 모로코 여행동안 아브라함과 6일을 같이 움직였다. 고생할 각오를 한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편리한 여행이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만남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브라함이 보여준 깔끔하고 쿨한 매너와 영어로 대화는 했지만(그는 전화통화는 베르베르어로 했다) 시의적절하게 구사하는 한국말로 인해 우리는 아브라함에게 반했다. 그 엄청난 서비스에 비해 비용이 너무 저렴해서 놀라웠고 미안하기조차 했다.

*비용과 더불어 팁문화가 있어 팁을 줘야 하지만 팀을 포함한다고 해도 저렴한 비용이었다.


아직도 아브라함의 말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가 자주 했던 말 "괜찮아?",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 특유의 억양과 젊은이다운 순수하고 속 깊은 지혜를 담은 맑은 눈이 떠오른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서 그는 대부분 괜찮았지만 정말로 힘들면 피곤하다고 하고 쉬어 가자고 했다. 우리는 억지로 참지 않는 그 솔직함이 좋았다. 게다가 재치 있는 유머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특유의 담백함은 우리를 편안하게 했고 조용히 감동시켰다.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에 "desert"라고 해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던 아브라함.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정말로 몇 대에 걸친 그의 가족들과 함께 사막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핫산네 투어" 대표이던 아저씨가 열심히 일한 아브라함에게 휴가를 주어서 생애 처음으로 15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는데 그는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절당하고 2시간 머물다 다시 모로코로 돌아와야 했던 아픈 추억이 있었다.


그가 입국을 거절당한 이유는 그때 우리나라에서 터진 예멘 난민사태 때문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들었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은 아브라함에게 큰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아브라함은 모로코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언제든 기회가 되면 한국에 오라고 했다. 온다면 우리가 모로코에서 아브라함이 우리에게 했듯이 서울을 비롯한 한국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아브라함은 감사하다며 그냥 웃기만 했다.


돌아와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브라함에게 한국인으로서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아브라함 آسف!؛ متأسّف!؛ عفوًا!؛ نادم(미안해요)"


이제부터 펼쳐질 모로코 여행 이야기에서 사막 사람 아브라함의 매력은 곳곳에 등장한다. 우리들의 모로코 여행의 8할은 아브라함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해단식을 하던 날 다들 말했다. "아브라함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