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여행하는 한국인 부부를 만나다

by 정안
모로코에서의 둘째 날
하산 2세 모스크 - 구 메디나(Unies 광장, 중앙시장) - 모하메드 5세 광장


깊은 잠을 개운하게 잔 우리는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아침 기도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예약한 하산 2세 모스크 가이드 투어에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하산 2세 모스크 내부는 개인적 방문이 안되고 가이드 투어를 사전신청해서 가이드와 함께 입장해야 한다. 게다가 복장은 긴바지와 여성은 머리와 어깨에 스카프를 두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매표소 앞에서 가이드를 만나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입장했다. 그런데 가이드 투어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가이드가 우리를 입장시킨 후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모스크 입구에 보면 언어별(영어, 프랑스어) 안내를 들을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일정 인원이 되면 가이드가 와서 설명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신발은 벗어서 비닐봉지에 넣어 들고 다녀야 한다.


하산2세 모스크 해설사님(들고 계신 봉다리는 신발)

넓은 모스크 내부에는 설명을 듣는 여러 팀이 있어서 우리는 그중 모로코 전통의상을 입고 랍비 분위기를 풍기는 범상치 않은 가이드가 설명하는 팀에 합류해서 설명을 들었다. 스토리 위주로 흥미진진하게 설명을 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영어가 짧아 번역기를 돌리며 들어야 해서 듣는데 한계가 있었다. 평소 영어공부 좀 할걸 하는 후회를 했다.


대서양을 바라보는 해안가에 세워진 하산 2세 모스크는 모로코의 문화·종교·건축의 걸작이자 도시의 상징이다. 세계 최대급 모스크로 수용인원은 내부 2만 5천 명, 외부 8만 명이다. 모로코 국왕 하산 2세(Hassan II)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공사기간은 7년으로 1986년 착공해서 1993년 완공하였다.


건축재료는 모로코산 삼나무, 대리석, 화강암 등 최고급 자재를 사용하였고, 지붕은 기후에 따라 열 수 있는 개폐식 지붕으로 내부에 자연 바람과 햇빛을 들일 수 있는 구조이다. 세밀한 타일 모자이크(zellige), 목조 장식, 대리석 바닥 등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다.


하산 2세 모스크 지하로 내려가면 예배 전 손·발·얼굴을 씻는 장소인 정결(우두) 공간이 커다랗게 마련되어 있다. 또한 지역 신도들이 실제로 사용했다는 모로코 전통 공중목욕탕인 하맘(Hammam)이 있는데 정교한 타일·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곳 지하는 예배자 중심의 공간이었다.


하산 2세 모스크를 나와서 대서양 바닷가를 따라 30분 정도 걸어가면 구 메디나가 나온다. 걸어가다 간식을 먹기 위해 들른 햄버거집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산티아고를 걷다가 남편이 아파서 한국으로 돌아가려니 비행기 취소비용이 너무 커서 남은 기간 동안 모로코를 여행하려고 마라케시에 들렸다가 카사블랑카로 왔다고 했다.


세계를 한 달 살기 방식으로 여행하는 분들이었는데 반가워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스치고 지나갔을 인연인데 머나먼 모로코에서 여행하다가 만나니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게다가 그분들도 여행하는 이야기를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었다. 브런치 닉네임을 주고받고 서로의 편안한 여행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중앙시장까지 걸어가는데 10월 말 카사블랑카 날씨는 얇은 긴팔과 긴바지 차림이 적당한 초가을 날씨라 걷기에 좋았다. 해산물, 올리브, 과일, 잡화를 파는 중앙시장을 둘러보고 바로 옆 소박한 구조물이 있는 Unies 광장을 지나 모하메드 5세 광장을 향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를 하려고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식당으로 갔다. 유명한 식당인데 손님이 없어서 기뻐하며 들어갔더니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한참의 대화 끝에 그 식당은 오후 1시부터 식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이 12시가 조금 넘은 때라 부탁을 해보았지만 안된다고 했다. 준비를 하는 브레이크 타임인 것 같았다. 눈물을 머금고 다른 식당으로 갔는데 그곳도 다행히 맛있었다.


타진과 쿠스쿠스를 시키고 기다리다 맥주를 한잔하고 싶어 주문했더니 술은 팔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 모로코는 이슬람 국가라서 술을 마시지 않고 돼지고기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었다. 이것이 법과 같은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신앙이 일상에 스며든 질서 같은 거였다. 모로코를 여행하는 동안 식당에서 술을 먹을 수는 없었다. 있어도 무알콜 맥주 정도였다.


모로코에서 한 끼 식사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음식으로 말하는 문화라고 한다. 모로코를 여행하는 동안 식당에서는 거의 대부분 비슷한 음식을 팔았다. 야채와 고기(소고기, 닭고기, 양고기)를 찐 음식인 타진과 쿠스쿠스가 메인 요리라면 올리브 절임과 샐러드, 민트차는 우리나라 기본 밑반찬처럼 항상 나왔다. 관광객이 많은 곳의 식당에서나 파스타와 피자를 먹을 수 있었다.


모로코 음식은 간이 거의 돼있지 않고 튀기거나 기름으로 볶은 음식, 돼지고기가 없어서 먹고 나서 맛있다는 느낌은 없지만 뭔가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해지는 느낌이 있다. 난 느낌이 좋았다.


모하메드 5세 광장에서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축물인 시청, 법원, 우체국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어마어마한 비둘기였다. 광장 가운데를 가득 채운 비둘기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먹이를 주는 사람들, 비둘기와 노는 아이들...... 나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오를 때 세균이 만 마리 이상 떨어진다고 해서 날아오르는 비둘기만 보면 도망을 가는데 낯선 풍경이었다.


카사블랑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겨 아브라함을 만났다.


전날 아브라함과 헤어질 때 다음날 오후 2시에 만나서 셰프샤우엔으로 출발하자고 했더니 아브라함은 좀 더 일찍 출발하면 좋겠다고 몇 번을 말했었다. 우리는 카사블랑카에서 조금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아브라함의 요청을 무시하고 2시를 고수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헤어지면서 우리에게 아쉬운 눈빛으로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앞당겼으면 좋겠다고, 일정이 일찍 끝나면 언제든 좋으니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우리는 아브라함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카사블랑카를 떠나 셰프샤우엔으로 가는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점점 알게 되었다. 아브라함이 왜 조금이라도 일찍 떠나자고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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