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샤우엔 숙소를 찾아서

좌충우돌 숙소 입성기

by 정안

셰프샤우엔에 도착한 것은 완전한 어둠이 내린 후였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세프샤우엔의 관광지 중심부에 있다. 우리나라 원도심 정도 되는 곳이었는데 구글지도로 검색을 해보니 숙소를 찾아가는 골목길은 굉장히 복잡했다. 여행 후기에도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게다가 예약한 숙소 전화번호가 예약 사이트에 잘못 올려져서 전화를 하면 계속 엉뚱한 곳이 나왔다. 한국에서 본 모로코 여행 유튜브가 생각났다. 그 유튜버도 페스에서인가 예약한 숙소 주소와 전화번호가 예약 사이트에 잘못 기재되어 있어 굉장히 애를 먹었다. 많은 시장상인들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어서 어렵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유튜버는 다음날 아침 전날 자신을 도와준 시장 상인들을 한 명씩 찾아가서 감사인사를 하며 한국에서 가져간 조그만 기념품(맥심커피, 쌀과자, 작은 화장품)을 건넸다.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걱정도 잠시 우리에게는 아브라함이 있었다. 우리가 당황하고 헤매는 것을 본 아브라함이 숙소 주소를 보고 어딘가 여러 군데 전화를 하더니 숙소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주소라도 정확히 올려져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전화를 하니 숙소 주인장이 받기는 했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되지 않았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분이었다. 다시 아브라함 찬스를 썼다. 아브라함은 우리를 숙소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세워주었는데 고맙게도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돈을 받는 사람까지 섭외해 주었다.


아브라함이 우리를 내려주고 가려고 할 때 다음날 아침 만나는데도 이상하게 섭섭했다.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브라함과 헤어지고 우리가 각자 캐리어를 끌고 가려고 하자 리어카를 끌고 나온 청년과 청년이라기에는 너무 어린 소년이 캐리어를 빼앗듯이 리어카에 싣고 하나는 소년이 들고뛰다시피 가기 시작했다. 소년이 들기에 20킬로가 넘는 캐리어는 무거웠을 것이다.


세프샤우엔 거리의 저녁은 관광객과 현지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 차서 활기가 넘쳤다. 모로코 식당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팔아도 무알콜 맥주 정도이다. 저녁시간에 술도 먹지 않고 이렇게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좀 신기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남자였다.


모로코에서 우리가 거리에서 혹은 상점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젊은 남자들이었다. 나중에 아브라함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모로코에서는 한가정 평균 5명 이상의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아이를 키우느라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경제활동은 남자들이 전담해서 한다고 했다. 60~70년대 우리나라 모습과 비슷했다.


골목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아브라함이 너무도 고마웠다. 거의 20분 이상 꼬불꼬불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친 돌길을 뛰듯이 걸어갔다. 사실 안내하는 청년과 소년도 약간 길을 헤맬 정도였다. 게다가 이런 길에서 캐리어를 끌었다면 바퀴와 본체는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겨우 찾아간 숙소 입구에서 우리는 청년과 소년에게 사례비를 주었더니 그들은 얼마를 달라는 말도 없이 너무 적다고 한다. 모로코 디르함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우리는 짐까지 들어주었으니 더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더 주었다. 주인장도 적정한 금액이라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청년과 소년도 만족한 듯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나중에 계산해 보니 1명당 우리 돈 만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화폐가치가 우리와 다르겠지만 그렇게 수고한 그들에게 너무 적은 돈을 준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숙소 주인장은 연세가 있는 여자분이었는데 역시 대화가 안 되었다. 영어를 전혀, 원투쓰리도 안 되는 상황이라 손짓과 발짓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도 신기하게 서로 말귀를 알아들었다. 숙소는 3층짜리 단독주택이었는데 방이 4개, 욕실이 2개이고 하늘이 보이는 중정이 있었다. 1층 주방부터 하나하나 알려주었는데 그녀의 언어는 베르베르 어였지만 우리는 대충 알아 들었다.


너무 친절해서 살짝 부담스러운 그녀가 우리에게 열쇠를 주고 돌아갔다. 짐을 풀고 근처 식료품점에 가서 물과 먹을 것을 사려고 나가려던 우리는 열쇠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찾다가 어쩔 수 없이 아브라함에게 전화를 했다. 아브라함은 연락을 해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주인장 그녀가 왔다. 우리는 그녀가 가까운데 사는지 참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져갈 물건이 있어서 우연히 온 거였다. 열쇠 이야기를 하자 가방을 뒤지더니 당황하며 습관적으로 가져갔다는 취지로 몹시 미안해하며 열쇠를 다시 주었다. 그럼 그사이 아브라함은 쉬지도 못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그녀에게 계속 전화를 했을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연락해서 열쇠를 받은 이야기를 하며 피곤한데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아"한다.


먹을 것을 사러 나가서 둘러보는데 어린 소년이 혼자서 모로코 전통빵을 팔고 있었다. 몇 개 남지 않아서 우리가 거의 다 사서 가지고 왔는데 그 소년이 인상적이었다.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은, 각자 서로에게 필요한 거래를 한다는 시크한 느낌이 좋았다. 나중에 보니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는지 능숙한 솜씨로 짐을 싸고 있었다. 소년의 빵은 담백하고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 하늘이 보이는 중정에서 저녁을 먹는데 참으로 낯설고 긴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친절과 수고로 무사히 여행할 수 있었다. 떠나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처음 보는 낯선 여행자에게도 진심을 다하는 모로코의 사람들에게 조용한 감동을 느꼈다.


숙소에서 잠잘 수 있는 방은 4개였지만 우리는 좀 무서워서 방 2개에 모여 잤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아브라함이 굳이 숙소비를 들이지 않고 여기서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우리는 확실히 아브라함 홀릭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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