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카사블랑카

하산 2세 모스크와 하얀 집들의 도시

by 정안
모로코 전체일정(8박 9일)
카사블랑카(1박)- 셰프사우엔(1박)- 페스(2박)- 메르주가(사하라 사막투어 2박 3일)- 마라케시(2박)


공항에서 하산 2세 모스크 근처에 있는 카사블랑카 숙소까지는 택시로도 40분이 넘게 걸렸다.


아브라함은 우리를 숙소에 내려주고 마중 나온 숙소 직원과 함께 무거운 짐도 옮겨준 다음 자신의 숙소로 갔다. 도착한 숙소는 우리나라의 비즈니스호텔 같은 형태였다. 안내 데스크에 관리인이 상주해 있고 실내는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숙소였다.


또한 하산 2세 모스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라서 저녁과 아침에 모스크 광장에서 드리는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은은하게 울리는 기도소리를 방에서 듣고 있으면 알 수 없는 편안함과 낯선 세계에 대한 설레임이 찾아왔다.


이 숙소가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가 모로코에 머물렀던 8박 9일 중 가장 맛있는 식사를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조식이 예술이었다. 다양하고 맛있는 빵과 과일, 수프, 민트티와 커피를 비롯한 차들이 정갈하고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아프리카 모로코식이 아닌 우리가 여행을 가면 늘 먹는 호텔 조식 같은 음식이 대부분이라 익숙해서 가장 맛있다고 느꼈던 건지도 모르겠다.


숙소에 짐을 두고 하산 2세 모스크에 가기 위해 나왔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는데 동양인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우리를 향하는 많은 눈길들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선의 어린 시선이라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카사블랑카는 여느 도시 풍경과 다를 바 없었고 교통도 굉장히 복잡했다. 게다가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카사-집, 블랑카-하얀) 하얀 건물들이 유난히 많았다.

카사블랑카 Casablanca
1468년 파괴된 토착민 베르베르족의 마을에 1515년 포르투갈인들이 새 도시를 건설하고 ‘하얀 집’이라는 뜻의 카사블랑카로 명명했다. 1755년 대지진으로 파괴되었다가 18세기말 재건되었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상인들이 정착했으며, 프랑스인이 다른 유럽인보다 많아지면서 메종블랑슈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1907년 프랑스가 이곳을 점령했으며, 1912~56년 모로코 제1의 항구가 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출처:Daum백과사전


모로코에서는 현금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ATM기로 모로코 화폐 디르함(MAD)을 출금해 봤다. 트레블카드에 있는 금액을 유로로 환전해서 다시 디르함으로 출금을 하니 돈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발급받은 카드로 머나먼 모로코 인출기에서 그 나라 돈이 나오는 게 너무도 신기했다. 단, 모로코에서는 하나 트레블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한 것도 하나 트레블 카드였다.


하산 2세 모스크는 오후의 석양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가니 속이 탁트일 정도로 넓은 광장이 펼쳐졌다. 일몰이 아름답다는 하산 2세 모스크,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관광객과 더불어 가족단위 모로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


모스크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다. 투어를 신청해서 투어시간에 맞춰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다음날 오전 9시 투어를 신청해 놨다.


엘 항크 등대(Phare d’El Hank)에서 보는 하산 2세 모스크가 가장 아름답다고 해서 바다를 따라 걸어갔다. 이곳은 완전히 국민관광지였다. 바다옆 넓은 공간에는 다양한 간식을 파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있어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멀리서 보니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하다는 하산 2세 모스크가 실감이 났다.


어두워질수록 도시는 금요일 밤의 활기로 넘쳤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으나 골목 안 식당은 사람들로 꽉 차 있고 음식도 적당한 게 없어서 포장을 해서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근데 몇 군데를 들렸지만 포장을 해주는 곳이 없었다. 식당에서 먹는 것만 가능하고 포장은 안된다고 했다. 배달의 민족인 우리는 많이 당황했다. 게다가 슈퍼형태의 가게도 없어서 식료품을 살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어 한국에서 가지고 온 누룽지며 햇반과 반찬으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푸짐하게 차려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으니 살 것 같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긴 비행과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으로 심장 박동수는 높아지고 든든한 한 끼로 기분이 좋아진 우리에게 모스크에서 저녁 기도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며 들려왔다. 여행을 떠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조용히 밀려왔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