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요가와 명상을 3주 동안 해봤습니다
나의 롤모델이자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떠날 용기를 북돋아준 장본인 팀 패리스(그는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를 것)는 성공한 백여 명을 인터뷰해 책으로 엮었다. 그중 공통적으로 나온 비결은 다름 아닌 명상. 명상 좋다는 말은 워낙 많이 들어서 시큰둥했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사람 중 한 명이 보디빌더, 영화배우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였다.
운동 혹은 열정이라는 단어가 아닌 명상은 그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침 20분, 저녁 20분 명상하는 걸 3주간 해보라고, 더 나아가 1년 동안 지속해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집중력 차이가 엄청나게 생길 거라고. 이 문장을 읽고 무관심하던 남편도 명상을 시작했을 정도다.
그래, 명상이 좋은 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영 와 닿지 않았다. 요가를 좋아하고 꾸준히 즐김에도 명상은 쉬이 마음이 가지 않았다. 명상을 떠올리면 도인 혹은 인도 힌두교인들이 연상됐다. 흔히들 ‘요가’하면 유연하거나 입이 떡 벌어지는 포즈가 연상하나 사실 그건 아사나에 불과하다. 요가에는 호흡, 아사나, 명상까지 여러 가지 과정이 있다. 아사나를 하는 이유는 명상을 잘하기 위해서다. 명상하기 위한 편한 몸과 호흡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찢고 거꾸로 서기도 하며 힘을 키우는 거다. 자세가 흩트러지지 않고 한 자세로 오래 앉아 명상을 하기 위해 몸을 부드럽게 하고 힘을 넣는 과정이 요가 자세다.
결국 요가는 명상으로 가기 위한 길인데 나는 늘 길 중간에서 멈춰 섰다. 그저 자세가 잘 나오게만 신경 쓰고 그걸로 수련을 마쳐왔다. 나는 그 정도가 딱 좋았다. 명상은 영 끌리지 않았다. 회사원일 땐 요가 수련을 마치고 십 분정도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명상하며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지금은 회사도 안 다니니 풀어야 할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명상을 할 때는 요가 매트 위에 꼿꼿하게 앉아야 할 것 같은데 매트를 펴는 것조차 엄청난 의지를 요하는 일이었다. 가끔 아침 일찍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명상을 시도해볼라 하면 늘 잠에 빠져들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점점 명상이 당겼다. 여행이 일이었는데 그 일이 없어지니 온전히 내가 가진 하루 24시간을 그냥 흘려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자유에는 책임감을 요하다는 걸, 간판이 없이 일하는 프리랜서에게도 마음을 지킬 장치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아침 명상을 시작한 지 3주가 되었다. 일요일은 늦잠을 자느라 못했지만 횟수로는 20번이 넘었다. 사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약속한 3주가 지났지만 명상의 기적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어도 온갖 생각이 동동 떠다닌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면 시간이 흐른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 위에서 본 SNS 피드의 잔상, 어제 마치지 못한 일 등이 부유했다.
‘이거 끝나고 이따가 뭐 해야지’
‘오늘은 누군한테 연락을 해봐야겠다’
‘아차, 생각 그만해야지. 호흡으로 돌아와!’ (숨 마시고)
‘음 그런데 어제 그것도 하기로 해놓고 못했네. 오늘은 꼭 해야지’ (숨 내쉬고)
‘아, 생각이 너무 많아. 오늘도 명상은 글렀다’
늘 이런 식이다. 호흡에만 집중하다 보면 명징한 상태가 된다는 데 그건 이번 생에 가능할까 싶다. 호흡 하나에만 신경 쓴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니. 하루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대체로 쓸데없는) 생각을 안고 사는 것인지 놀랍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아침을 내 의지대로 열고, 몸과 마음을 돌보면서 아침을 시작하는 자체만으로 말할 수 없이 좋다. 비록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명상 초보, 명린이(명상 어린이)지만. 하루 단 십 분이라도 아무 말하지 않고 온전히 내 안에 침잠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달큰한 아침 공기를 마실 수 있는 9월 23일 수요일, 이 시간이 그저 감사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명상의 순기능은 건강한 음식을 내 몸에 넣어주고 싶다는 열망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채식을 시도하는 정도지만 먹을 것에 큰 제약을 두지 않는 나로서는 자뭇 신기한 감정이다. 명상을 하고 있으면 아침만큼은 폭력적이지 않고 부담 없는 음식만 먹고 싶어 진다. 가령 습관적으로 먹던 빵 대신 과일을 갈아 만든 스무디에 그래놀라와 견과류를 곁들인 스무디 볼, 카페인 가득한 커피 대신 따뜻한 차 한잔, 이런 식이다.
이 생활을 1년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팔방미인이 되고 싶으니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오늘도 일찍 잠들고 내일을 조금 일찍 열어 내 안에 들어갔다 와야지. 그리고 생각은 조금 더 줄이기로 했다. 어차피 그 생각의 팔 할은 남과의 비교나 무기력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