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주문되나요?'
'네.'
'스콘 하나 주시고요. 아 잠시 오줌 먼저 싸도 될까요?'
'아.. 네.. 저 쪽에 화장실 있어요.'
순간 가슴이 조여왔다.
오늘 아침은 특별한 느낌이었다. 아침 햇살이 너무 눈부시고 파란 하늘. 모든 것이 선명해 보이는 그런 아침이었다. 미즈마루상은 그날도 화단에 물을 주며 그런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낯선 사내가 찾아왔다.
손님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건 그 사내가 한눈에 보아도 이상한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내가 주문을 했다. 미즈마루상은 내키지 않는 주문이었지만 그래도 주문을 받았다. 아침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의 그였다면 아마도 오픈전이라는 핑계로 주문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내의 모습이 뭔가 이상하기도 하지만 도움이 좀 필요해 보이는 모습이었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사내는 뭔가를 계속 이야기했다. 미즈마루상은 평소 손님들과의 대화를 불편해했지만 그날은 그래도 꾹꾹 참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집은 이 근처에 살며, 누군가와 트러블이 생겨 경찰서를 갔었고, 거기서 마약 검사도 받았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물론 그는 위처럼 시간순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이야기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강 그런 이야기였다.
'담배 하나 피고 싶은데 빌릴 수 있을까요?'
미즈마루상은 전자담배로 바꾼 지 꽤 오래되었다. 연초는 피지 않지만 얼마 전 지인이 자신의 담배를 한 갑 맡겨두고 간 것이 있었다. 사내는 담배를 건네받고 길게 한 모금 빨았다. 연기를 하늘로 보내며 타인들에게 담배연기가 가지 않게 하는 모습이 미즈마루상에게 좋게 보였다.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생각했다. 약간 긴장하던 미즈마루상은 이내 조금 긴장감을 풀었다.
'나도 같이 펴도 되겠습니까?'
함께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 사내가 마음의 병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모든 이야기는 너무 관념적이고 환각으로나 보일 것 같은 이야기들과 조금 풀린 눈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이 남자인 그가 보아도 참 멋져 보였다. 이렇게 멋진 미소를 가진 청년이 마음의 병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아무리 보아도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보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 청년에게 말했다.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인데, 혹시 파출소에 같이 갈래요? 아저씨가 자네를 집에 데려다 달라 부탁해 볼 테니 같이 가는 게 어떨까요?'
'저야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 고맙죠.'
다행이었다. 어떤 저항감이 있을까 미즈마루상은 걱정했지만 청년은 오히려 감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파출소에서 그들은 헤어졌다. 그 청년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오늘 감사했어요. 다음에 커피 마시러 갈게요.'
청년이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말에 한편으론 안심했지만, 다시 찾아온다는 말에 조금 불안해졌다. 미즈마루상은 그런 불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일을 잊을 무렵
그 사내는 멋진 슈트를 입고 찾아와 인사를 했다. 그날 고마웠다고 말했다. 조금씩 잘 치료받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번에는 미즈마루상 손을 흔들며 다음에 커피 마시러 오라 반갑게 인사했다.
'다음에 또 봐요.'
아침의 불청객이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청년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