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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아웃소싱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스마트폰 하나면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손쉽게 정보를 얻고 그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도 있다. 책 여러권을 다 읽고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단 몇 분만의 검색으로 많은 양의 정보와 유용한 것들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갈수록 스마트해지고 있을까?     

스마트한 기능은 많이 활용하지만, 일상에서는 자주 건망증으로 깜빡깜빡한다거나, 원래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똑똑해져 가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집중력 저하와 건망증, 깊이 생각하기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원초적인 진단이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정보와 기술이 우리의 사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정보기술이 인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물론, 뒤따르는 폐해까지도 이야기한다.     


‘인터넷’이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많이 사용하는 도구가 정보를 유통하고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뇌를 점점 잃어버리게 한다고  이야기하니 황당한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뇌가 가진 놀라운 복잡성과 우리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얕아지고, 가벼워지는 이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은 검색하지 않아도 외우고 있었고, 내비게이션 없이도 길을 잘 찾을 수 있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스마트 기기는 당연한 일상으로 여겼던 우리의 기억을 점점 퇴화시키고 의지하게 만든다. 정보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우리의 사고는 링크와 하이퍼텍스트로 이어진 정보, 알고리즘을 따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흘러 다닌다.     

 

스마트폰으로 하루에도 몇 장 혹은 수십 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살아가는 요즘, 우리는 기억하는 것들을 생각해서 끄집어내기보다는, 엄청난 메모리의 공간에 저장하고 손쉬운 검색을 통해서 다시 찾아내는 데 익숙하다. 이러한 '망각의 익숙함'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를 점점 시들게 할 수도 있고, 가장 인간적일 수 있는 것들과 기술이 교환되면서 우리의 뇌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생각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쟁력이며 잠재력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책읽기는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메모하고, 떠오른 것들을 기록하는 과정들은 생각을 다듬고 훈련하기에 좋다. 인상 깊은 내용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옆에 생각을 적는 작업은 책읽기에서 정말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인식'하는 것이고, 내 생각을 다시 기록하면서 '성찰'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저자와의 대화'이며, 동시에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도구의 발달이 우리의 사고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식을 검색하고 스캐닝하며 인터넷이 주는 달콤함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편리함을 위해 기억을 아웃소싱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소개도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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