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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리랑'을 읽는 사람들

문학의 기능 중 하나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매번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일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과 함께, 작품에 내재한 가치와 작품에 반영된 삶이 현실에 접목이 될 때 그 효과는 분위기 진작은 물론, 새로운 삶의 역동성을 경험하게 만든다.      


최근, 김제시 금구도서관에서는 매주 목요일 지역주민들이 소설《아리랑》을 함께 읽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게, 책읽기와 토론을 연계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제안하여 선정되었다고 한다.     


《아리랑》은 12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이다. 큰 산맥 하나를 넘듯이 ' 소설의 모태가 되었던 현장에서, 시민들이 석 달여 동안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한다. 분량에서나 기간에서나 쉽지 않은 프로젝트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분위가 뜨거워진다고 한다.     


참여한 시민들은 자랑스럽게 자신들을 소설 《아리랑》의 고장 '김제'에 사는 주민이라고 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문학이 정신적 삶과 자긍심은 물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례다.      

"걸어도 걸어도 끝도 한정도 없이 펼쳐져 있는 들판을 걷기에 지쳐 있었다. 넓디나 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벌판은 징게 맹갱 외에밋들'이라고 불리는 김제 만경 평야로 곧 호남평야의 일부였다."     


문학의 모태가 되거나 배경이 되었던 현장에서 읽는 소설 속의 문장은, '유일하게 한국에서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이라는 한 줄의 단순함을 넘어선다. 시간은 다르지만, 공간 속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삶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실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돌아보게도 한다.      

소설은 '사실'과 '진실'을 구분하게도 해주었고, 내면을 확장하게 해주었다. 전주와 군산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작로의 벚꽃길을 바라보며 느꼈던, 일상의 '사실'이 일본이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건설되었다는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한다는 것은 분위기 진작은 물론,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원 시티 원북((One city one book)’이다.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의 사서였던 낸시 펄에 의해 제안된 운동은 2001년 미국 시카고 시민들이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지음)'를 함께 읽었던 독서 운동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각 도시별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소설 <아리랑>을 읽는 시민들은 책읽기와 토론으로 물질적으로 채워질 수 없는 정신적 삶의 풍요로움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는 산업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하나의 매체를 여러 유형으로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출판, 영화, 게임, 음반, 장난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문학이 그 자체로 머물지 않고, 지역이 배경이 되고 생생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는 무궁무진함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조정래 작가는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만이 아니라. 미래의 설계가 또한 역사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개도서

《아리랑》 (조정래 지음 /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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