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을 소개합니다
저는 대학원생입니다.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이며, 배터리를 연구합니다. 부업으로는 “생산하는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나를 알리기 위해, 나아가 내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초,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가진 미션이 무엇인지, 비전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제가 만든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영감을 준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꿈을 만들기까지, 이전에 꿈꿨던 일들을 하나씩 복기해봤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선망의 직업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것 역시 무시 못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본질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궁극적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꿈꿨습니다. 그래서 이과인데도 신방과를 교차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떨어져서 재수를 했습니다. 그때 당시 믿고 있던 게 하나 있었는데, PD가 되려면 반드시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근거 없는 믿음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PD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굳건했고, 그에 비해 성적은 낮았습니다. 결국 맞춰 맞춰 간 곳이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였습니다. 그 안에서도 PD의 길을 모색했지만, 예전보다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대학 생활에 활력을 준 건 옷이었습니다. 재수 시절, 단벌신사로 살던 게 한이었는지 꾸미는 데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취미에서 그치지 않고 더 해보고 싶었습니다. 의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는 감사한 기회까지 주어졌습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군대에서 본격적으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렸고, 매번 휴가 나갈 때마다 디자인 서적을 빌려왔습니다. 2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를 찾아가, 한아름 책을 빌려다가 여행가방에 넣고서는 돌아왔습니다. 아득바득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1년 반동안 65권.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이기려 했습니다.
전역 직전에는 SADI 라는 디자인스쿨에 원서를 냈습니다. 준비해봤자 얼마나 했겠습니까만, 그냥 질렀습니다. 서류 준비하느라 평일에 외출 겨우 받아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실기 시험 보러 손발 싹싹 빌어가며 특별외출 받고..그마저도 감사했습니다. 그런 기회라도 주어진게 어디냐며 감사해 했습니다.
디자인 실기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서류 통과만 해도 어디냐했는데, 어느덧 최종 면접만 남았습니다. 그때 불현듯 현실이 다가왔습니다. 3년 동안 4000만원. 정식 인가를 받은 학교가 아니기에 국가장학금도 없었습니다. 학교가 강남에 있으니 숙박에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답이 없었죠. 사실 그건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딪혀 보지도 않고, 쫄쫄 굶어보지도 않고 그게 무서워서 지레 겁먹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번 마냥, 스르륵 무너졌습니다.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시큰하면서도 한편으로 안고 있던 리스크를 떨쳐버려 개운함을 느끼는 자신이 싫었습니다. 그래, 패션했으면 굶어죽기 딱 좋지. 해보지도 않았는데 그런 생각으로 은연중에 합리화하는 자신이 싫었습니다.
합리화. 참 좋은 방패입니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는 생각을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돌아왔으니, 학교 다녀보자. 이거 안되면 진짜 더 물러설 곳이 없다며 스스로 채찍질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공대가 싫다했는데 끝까지 버텨내 조기졸업까지 했습니다. 채찍질을 너무 많이 했던지 대학원까지 와버렸네요.
수단은 달랐지만 꿈은 늘 같았습니다. 다큐멘터리 PD가 되어,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가 되어, 궁극적으로는 사업가가, 투자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비록 두 번은 제대로 부딪혀보지도 못하고 도망갔지만, 이제는 더이상 목표와 타협하지 않습니다.
너는 누구야?라고 묻는다면 단언코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영감을 줍니다. 제가 느끼고 배운 생각을 전달해 당신에게 가치를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