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법 규모가 큰 나라면 그렇듯, 싱가포르를 가면 차이나타운이 버젓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한구석에는, 붉은빛 전광판 하나가 그 존재의 유일한 이유라 말하는 것 마냥 쓸데없이 커다랗고 낡은 건물이 하나 있다. 모두들 슬쩍 보고 지나가는 그런 곳이지만 사실 그 옥상에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현란한 네온사인의 루프탑 바가 자리한다. 그 장소를 기억하는 한, 싱가포르는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다.
2.
꼭 남들과 달라야만 해서가 아니다. 아니,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일요일 아침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디즈니 만화동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한들, 그것을 보며 저마다 느끼는 생각은 달랐겠지. 적어도 글자 하나쯤은. 심지어 누군가는 느긋하게 일어나 진실 혹은 거짓 따위나 맞추느라 열중하고 있었을 테다.
3.
아직도 담백하다는 게 어떤 맛인지 전혀 모른다. 나의 '맵다'는 너의 그것과 다르고 내가 생각하는 기쁨이, 감정이, 오늘이, 내일이.
그 모든 게 너와 다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