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시절, 돌이켜 보면 인생에 방향을 설정해 주신 분들이 참 많이 계셨다. 참 운이 좋게도 학과 지도교수님이 그 중 한 분이셨다. 관점이 남다른 분이셨다.
우리 학교에는 지도교수와 상담을 한 학기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제도가 있었다. 다들 못이겨서 찾아뵙는다. 그마저도 별 이야기 하지 않고서 끝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별 아이디어가 있을 때마다 연구실 문을 두드리기 일쑤였다.
늘 좋은 말만 해주시진 않으셨다. 이거 간 보고 저거 간 보고 하던 내게 이제는 하나를 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나무라기도 하셨다. 하지만 대학원 합격 소식을 전하던 날,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조언은 지금까지도 가슴에 새기려 노력하고 있다.
1. 재지 마라. 상대방이 알고 똑같이 잰다.
2. 진짜 멀리 가는 사람은 남이 도와주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건 똑똑한 사람이 기를 써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니 나를 낮출 줄 알아야 한다. 혼자 저 잘났다고 고개 뻣뻣이 들면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다. 가장 경계하고 무서워해야 하는 건 내가 못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남이 나를 끌어내리는 것이다.
3. 잘나가는 사람은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줄 안다. 고민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지만 모든 길에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 이건 저 혼자 어찌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순응한다.
학부를 떠난 지 2개월이 넘었다. 전공에서 배운 내용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조언 하나로 그 전공수업보다 깊은 가르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