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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Aug 19. 2019

거의 모든 숙소를 호스텔로 잡았다

의지보다는 환경설정이다

거의 모든 숙소를 호스텔로 잡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행의 묘미는 사람과의 교류라는 믿음에서였다. 여행을 하면 그 나라의 음식, 건축을 가장 먼저 접한다. 하지만 거기서 나고 자란 사람은 삼시 세 끼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온전히 담고 있다. 그러니 사람을 만나는 게 그 나라를 온전히 마주하는 길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숙소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트기는 사실 쉽지 않다. 첫 호스텔이 그랬다. 막 여행을 떠나서인지 생소한 느낌에다가 각 침대에는 커튼까지 달려있었다. 암만 대화해야지 의지를 다져도 그런 환경에서는 쉽사리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다음 호스텔은 조금 달랐다. 커튼이 없었고, 미리 와있던 폴란드 부부는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내 의지를 좀 더 쉽사리 발휘할 수 있다. 인사를 건네고, 서로에 대해 묻는다. 사실 시작만 트고 나면 언어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다. 번역기도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말 한 마디 정확하게 듣자고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다. 엊그제 호스텔에서는 우크라이나인,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과 한국인이 각자 자기 말로 대화하는 말도 안되는 일도 있었다.

시작이 어렵지, 적응하면 다음부터는 더욱 쉬워진다. 브로츠와프에서 머물렀을 때는 생일파티를 했고, 어제 크라쿠프에서는 폴란드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놀았다. 사실 내 힘으로 만들어낸 건 딱히 없다. 상황이 좋았고, 그저 맞장구만 쳤을 뿐이다.

이걸 여행에서의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배울 점이 크다. 

1. 하는 일이 있다면 주위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목표가 생기면 의지를 다질게 아니다. 환경설정부터 시작한다. 호텔이 아니라 호스텔을 잡는 것처럼. 사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얘기하는 말이다. 

2. 환경설정은 의지를 불태우는 용도가 아니다. 호스텔에 머문다고 다 친해지지 않는다. 환경의 역할은 의지가 넘어야 할 장벽을 낮추는 거다. 의지는 가변적이다. 불탈 때는 저 알아서 내버려둬도 잘한다. 문제는 꺼질 때다. 땔감이 없는데 어떻게 불이 타겠나. 땔감을 넣어주거나, 하다 못해 바람이라도 불어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중물을 대는 거다. 처음에 말을 건건 내가 아니라 옆 침대를 쓰던 폴란드 부부였다. 인간은 반응하는 존재다. 내가 먼저 하긴 어려워도 상황에 반응하기는 쉽다.

항상 처음이 힘들다. 두 번째도 어렵다. 그 다음부터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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