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을 경계해야 한다
갈수록 이야기가 넘쳐난다. 뉴스는 하루도 쉴 새 없이 정보를 쏟아내기 바쁘고,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들은 늘 예측을 멈추지 않는다. 내일은 이렇게 될 거고, 모레는 저렇게 될 것이다. 1년 뒤에도 어쩌고, 5년 뒤에도 저쩌고. 저마다 자신만의 논리로 세상을 해석한다.
확증 편향.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판단하려 하는 인간의 오류 중 하나다. 우리는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닌 믿는 것으로부터 본다. 정확히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똑같은 그림을 봐도 누구는 배경을 보고 누구는 인물을 본다. 같은 그림에서도 누구는 종교적 영감을 얻고 누구는 아무 감흥도 없이 다음 그림으로 돌아선다.
거기에 말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비너스에 팔이 없는 건 완전함을 상징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를 뒷받침'하는 것 처럼 보이는' 그럴듯한 증거까지 곁들이면 하나의 이론이 탄생한다. 여기서 문제는, 그 멋져보이고 빛나는 수식이나 글귀 뒤에 그에 적용되지 않는 말 없는 증거들이 둥둥 떠다닌다는 점이다. 이론은 하나의 환원과도 같다. 복잡한 현상을 명쾌하게 풀어내려면, 단순해져야 한다. 그 단순화 과정에서 그에 맞지 않는 사례는 예외라 치부하며 넘겨버린다. 뭔가가 한 번에 이해되면 사기라 하지 않던가. 그 한 방에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약이 일어나고 예외가 떨어져 나간다. 이론과 현실이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마법과 같지만, 동시에 생각을 가두는 족쇄다. 나 역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를 자처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 말에 늘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포로가 되면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