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부터가 잘못됐다. 저 둘을 따로 떼어놓는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일은 삶의 일부이다. 돈을 버는 수단이자 동시에 자아를 실현하는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인생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게 일이다. 그걸 삶에서 분리한다는 게 말이나 될까. 여기서 말하는 삶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의미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인생에서 일을 떼어놓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부터 일을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바라보는게 여실히 드러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일은 어렵고 힘들다. 심지어 재미도 없다. 게다가 거지같은 기업문화까지 겹치면 답도 없다. 돈 주니까 하는 거지, 돈마저 안되면 때려칠 사람들이 넘쳐날 테다.
그런데 순서가 바뀌었다. 돈 주니까 한다는 관념에는, 그에 매달려야 한다는 수동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돈을 벌지 못하면 생활을 영위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왜 통장에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 우리는 가진 시간, 노동력과 돈을 교환한다. 고용주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걸 대체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여기서 답이 나온다. 원래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 건, 정확히는 해야하는 건 고용주다. 그래야 돈을 버니까.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인데, 혼자만의 맨파워가 아닌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형성하기 위해 고용을 하는 거다. 그 능력을 가진, 혹은 그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을.
고용은 주종 관계가 아닌 계약 관계이다. 사장님을 주인님으로 모실 이유가 전혀 없다. 그 사람이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어서 내가 필요한 거다. 주체가 나한테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일에 대한 관점이 바뀔 수 밖에 없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넘어 내가 나로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이 중요하다. 일에 주체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니까. 막연하다 느꼈던 일에 체계가 잡히고 능력이 생긴다. 그를 토대로 연봉협상을 하거나 혹은 내가 사장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그게 없으면 평생을 끌려다닌다. 고용주를 상전마냥 받들면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일은 수단이자 목적이다. 그 자체가 1순위가 될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소중한 것도 없으니. 근데 일에서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한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