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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Aug 25. 2024

공항 & 호텔 트러블

[꼴라주] 


유럽공항이 말썽이었다. 코로나 이후 100% 정상화가 되지 않은 여행산업. 유럽여행은 불편함의 연속이고, 과거와는 많은 게 달라졌다. 리스본으로 향하는 저가 항공 에어 포르투갈의 가장 싼 새벽 첫 비행기표를 끊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공항에서 2-3시간이 넘게 기약 없는 대기를 경험했다. 게이트를 통과해서 활주로 앞 마지막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킬링타임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편안하게 호텔에서 조식까지 먹고 천천히 공항에 왔을 것을…그렇지만 해프닝 없는 여행은 어떻게 여행이라고 할까. 다행히 상황에 잘 적응하는 조카는 당황하지 않고, 불평 없이 핸드폰 서핑을 나는 드로잉을 했다. 


마드리드행 라이언에어도 문제였다. 체크인을 하는데, 티켓 조건에 본인이 온라인 체크인을 사전에 해야 하는데, 이제 15분 남았다는 거다. 둘 다 로밍 패키지를 다 써서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리고, 공항 인터넷은 접속이 되지 않았다. 결국 타임 아웃으로 비싼 추가금액을 냈다. 그리고 금속 소재 기내용 캐리어는 규정상 추가금액을 내야 한다고... 예약 전에 조건을 확인하고 티켓을 샀는데, 이미 출발 직전 비행기이고 열악한 인터넷 상황으로 열이 받은 상태라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카드 결제를 했다. 규정대로 할 뿐인데 미안한 표정의 승무원과 실랑이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덕분에  우린 저가 항공을 비싸게 탄 여행객이 됐다.

 

호텔도 문제였다. 아고다로 예약한 호텔 중 3곳이나 며칠 전에 자동 취소가 됐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여행 첫 호텔부터 문제였다. 그래도 24시간 리셉션이 있는 호텔은 재결제로 해결했지만, 유럽에 많은 유사호텔 숙소는 비싼 인건비로 비대면 체크인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 날 밤 11시가 넘어서 도착한 마드리드 숙소는 건물 입구부터 들어갈 수도 없었고, 벨을 누루고 이메일을 보내도 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저녁식사를 못한 조카가 버거킹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후, 근처 4-5개 호텔들을 직접 돌면서 남는 방을 간신히 구해 여행 마지막날 호텔에서 잘 수 있었다. 


리스본 숙소도 예약은 됐는데, 비대면 체크인인데 현관 비밀번호를 마지막까지 호스트가 보내주지 않았다. 일찍 도착해서 짐도 맡길 데가 없고, 근처 카페 겸 바인 ‘세븐’에 들어가 이 상황에서도 느긋히 브런치를 즐기는 조카 옆에서 발만 동동거리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한숨 푹푹 쉬며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니, 친절한 스태프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사정을 설명하고, 4시 체크인 시간까지 짐을 맡겨주길 부탁했더니, 안심하고 짐을 맡기란다. 그리고 호스트에게 전화도 부탁했지만 호스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 와중에 혹시 몰라 숙소에 혼자 갔더니, 할렐루야~창문이 열려 있다. 체크인 준비를 위해 청소 중인 아주머니를 불러, 체크인 예정인 게스트임을 설명하고 호스트에게 전화를 해서 비밀번호를 받고 간신히 체크인을 성공했다.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세븐 단골이 된 건 당연했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로 코로나 이후 여행은 다시 시작됐지만, 여행 시스템은 아직 100% 돌아오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세븐의 스태프처럼 친절함을 베푸는 현지인 덕분에 여행을 다시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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