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짱 Feb 04.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26번째 노트

coffee

 

1. cafe

 의무감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맛있는 식사를 한 이후에는 으레 그래야 할 것처럼 카페를 갔으니까. 일상의 꽤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음료라면 제대로 마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명한 커피를 찾아다닌 적도 있다. 내 입맛이 건조한 건지 기억에 남는 커피를 만난 적은 없다. 커피를 마시며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 커피는 맛있는 음료라기보다는 편안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수단일 경우가 많았다.

예쁜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가 정갈하게 놓인 공간에 다정하게 앉은 사람들. 그 사이사이를 따뜻하고 고소하게 채우는 커피의 향. 커피맛은 모르더라도 이 정도 만족이라면 즐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2. morning

 보난자 커피 서울지점 한남동 mtl 커피토크는 일요일 아침 9시에 시작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달가운 스케줄일 리 없었다. 두 시간 동안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커피토크를 신청한 것은 순전히 커피를 좋아하는 친한 지인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은 빈 속에 에스프레소를 연신 들이켜야 하는 hard talk.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3. barista talk

나에게 인상적인 것은 단 하나였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부심. 많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커피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태도. 그의 이야기는 진한 커피와 닮아있었다.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접할 기회가 드문 원두와 커피 이야기도 물론 새로웠지만, 커피를 대하는 바리스타의 소중하고 진중한 눈빛, 그것이 좋았다.


 시끌벅적한 카페에 앉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키보드를 두들기는 지금, 내 옆엔 커피 한 잔이 놓여있다. 묵직한 맛이 강하지만 목 넘김이 좋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 맛을 음미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본다. 바리스타의 눈빛이 준 선물 같은 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