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는 매일매일 확진자 수 기록이 갱신을 한다 하고 방역단계도 4단계로 올리게 될 거라 한다.
3,4일 만에 무섭게 급변하는 코로나 현상에 가만히 있어도불안할 터에 우리는 큰 딸의 검사 결과까지 걱정이 수배로 뛰어버렸다.
며칠을 좁은 집에서 언니와 뒹굴거렸던 동생들도 , 방학을 맞아 집을 찾은 첫째가 반가워 시종일관 첫째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던 남편과 나도 이 당혹스러운일들이 느닷없이 우리 앞에 펼쳐질 거라곤 꿈에서도 상상해 보지 않았었다.
밥은 물론이고 컵도 같이 쓰고, 한 그릇에 담긴 수박도, 생일 선물로 받은 아이스크림과 티라미수도 한 통에 담긴 채 우린 나눠먹었었다.
화장실에 걸린 수건도 함께 쓰고 티셔츠도 슬리퍼도 함께 공유하는 우리 집 생활습관으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에 큰 아이가 확진이 되면 우리 남은 네 식구 모두 확진될 가능성은 거의 100%로 보아지고 그러고 나면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막내의 학급과 학교. 학원으로 커질 일파만파 우려와 내가 아르바이트 다니는 사무실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들.. 남편이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등 머릿속을 마구 헤집는 걱정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었다.
밤새도록 지나가는 차 소리에도 벌떡벌떡 일어나며 잠을 설쳤지만 아침이 되어도 보건소에서는 알림이 없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불안은 나를 휘감기 시작했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려 억지로 싱크대 앞에서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여보세요?
네. 네. 가족 네 명이요.
아빠 이름은... 전화번호는...........
엄마는...
동생 한 명은 대학생 구요... 대학교... 학과
동생 한 명은 중학생이요... 중학교.. 학년.. 반
큰 딸의 목소리다.
아.. 걱정하던 일 들이 눈앞에 다가왔다.
문자가 아닌 전화로 알려준다는 , 말로만 듣던 코로나 역학조사.
엄마.. 엄마한테 전화가 올 거래
큰 딸 목소리도 힘이 없다.
말하지 않아도 밤새도록 얼마나 많이 무섭고 불안했을까.
못났지만 그런 큰 아이를 격려해줄 힘이 나에게도 없었다.
그래. 알았어.
가족 넷 오전 10시 40분까지 보건소 선별 진료소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사람들이 많으므로 확진자 가족이라 하면 우선 검사. 결과도 오늘 저녁에 알려준다 했다.
설명이 필요 없다.
자고 있던 두 동생을 깨워 준비시키고 남편에게도 이야기했다
아... 진짜...
남편의 한숨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쇠 덩어리로 된 추를 달아 시퍼런 바닷속으로 떨어지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아무 말도 없이 우리 네 가족은 회색 작은 모닝에 올라타고 보건소로 갔다.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겠지만 난 또 그 순간의 정적을 감당하기 어려워 ,
언니 남자 친구는 음성이었데....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그게 뭐람
삼 일 전 남자 친구는 두세 시간 만났지만 우리는 4-5일을 같이 먹고 자고 했는데..
기다란 두 개의 면봉에 나의 주민번호를 적고 보건소 직원분이 검사하시는 분께 넘겨드렸다.
잠시면 됩니다.
아. 하세요
찌릿
코로나 검사에 대해서 너무 많은 글들을 봐서 긴장을 많이 했지만 수많은 검사를 통해 보건소 선생님들도 요령이 생기셨는지 면봉이 들어가는구나 하는 것과 동시에 끝났다. 물론 순간의 따끔? 은 있지만... 어른이라면 쉽게 견딜만한 통증이었다.
동생들은 집에 돌아온 뒤 아무 말도 않고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각자의 시간들을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