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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a Aug 04. 2021

격리병동으로 가는 구급차가 집 앞에 왔다.

코로나 19가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큰 아이는 오늘부터 기침이 시작된듯하다.

마른 기침을 한두번 하더니 오후에는 소리가 좀 안 좋다


엄마 오후에 격리병동으로 가게 된데.

준비물 챙겨야해.

방문너머로 대화하면서 난 큰 딸의 입원준비물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수건과 속옷. 세면도구. 여벌옷.

머리속이 멍했지만 정신 차려야 했다.

충전기는 너가 챙겨

아이의 2주에 가까울 병동 생활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엄마인 내가 챙겨야 했다.

대부분의 물품은 퇴원할 때 폐기물로 처리하므로  버려도 되는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딸은 확진판정이후로 미닫이 문으로 된 거실겸 방안 공간에서 나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딸을 태운 보건소 구급차집 앞에 잠깐  머물렀다가 떠났다.

지켜보던 남편과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집으로 들어왔다.


눈물 날것 같애


나는 지금 사실 많이 힘들다.


어디로 가는지 알게되면 얘기해줘

큰 아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응.


한시간

딸을  태운 구급차는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서울 동쪽 끝으로 내려와 태릉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태릉으로 가는 구나


우리가족은 예전부터 핸드폰 위치 추적 어플을 깔고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의 동선을 계속 모니터 할 수 있었다.

잠시후 다시 어플을 켜보니 구급차는 태릉 나와 서울 시내로 들어왔다.

 왜지?

 보건소 차를 탄거는 맞는거겠지?

 이상한 걱정까지 나를 괴롭힌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앰뷸런스가 우리 집을 떠나지 두시간 반이 넘어갈 즈음에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다시 집으로 가서 대기해야 한데

뭐?

나 받아주는 데가 없어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코로나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고?


삼십분 쯤 뒤 딸은 집으로 다시 왔고  미닫이 문이 있는 거실방으로 들어갔다.


네식구 검사결과 나올 시간은 다가오고 확진환자인  딸은 다시 집으로 돌아 오고..

마음이 제멋대로 요동친다.

태연한 척 큰 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추측하는 바로는 진통제 알레르기가 있는 딸을 받아줄 생활치료센터가 아마도 없었던듯 하다. 보건소 직원분들이 죄송하다 많이 사과했다고..


보건소 구급차에는 큰 딸을  포함해서 다섯  확진자가 탔다고 했다. 두세 군데의 생활치료소를 지나면서 한 두분 씩 내리더니 큰 아이는  내릴 곳이 없어 구급차를 타고 서울을 한바퀴 돌고 다시 온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지.. 확진 사실만으로도 큰 애와 나는 마음이 이미 종잇장처럼 얇어져 바스락 사라질 것처럼 예민해 져 있는데,

이게 말로 만 듣던 병상부족 사태인가...또 머리 속이 엉망진창이 됐다.


그래. 그분들인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나. 누구를 탓할 마음의 여유도 사실 없다.

검사 후 확진판정을 받고 이틀 째 집에 머무르는 일이 딸도 다른 가족들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빨리 딸을  받아줄 치료실이 나오길 기다릴 수 밖에..


한 두시간 쯤 지났을까..  해 저물 즈음

몇번의 전화를 받고 큰 딸은 가까운 시립병원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제 우리만 남았다.


검사결과가 나올거라는 보건소에서 알려 준 오후 6시40분이 훌쩍 지나고 여덟시가 다되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졌다.

핸드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네 식구가 조용하다.

시간이 10여분 지났을까?


구청에서 알림톡이왔다.


음성이다.


엄마. 나 음성이야

막내의 해맑은 목소리

열네살 어린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웠을까?


둘째 너도 음성이지?


아빠

아빠 어딨어?

막내가 아빠 찾으러 온 집을 돌아다닌다.


또 다.행.이.다

모두 음성이었다.


우리만큼 마음 졸이고 있을 큰 딸에게 전화를 했다.


큰 딸! 우리 모두 음성이야!

아.. 다행이다.


갑자기 큰 애가 울음이 터졌다.

자기로 인해 발생된 이 모든 상황에 괴로워했을 이틀간의 큰 애의 마음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괜찮아. 이제 너만 밥 잘먹고 빨리 회복하면 돼!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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