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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a Aug 07. 2021

코로나는 우리 집을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코로나 19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확진받은 딸과 5일 정도를 한 집에서 생활한 우리 가족이 모두 음성이 나온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믿기지 않지만 너무나 다행스러웠고 주변의 모든 분들께 폐를 끼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정말 감사했다.

 이제 2주간의 시간을 큰 애는 빨리 회복하고 우린 건강하게 잘 보내기만 하면 된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 아침이 되어서 보건소 연락을 조바심 내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보건소에서 아무 연락이 없다.

갑자기 코로나 환자가 급증한 탓에 보건소가 지금은 북새통 일거라는 사실은 설명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코로나 환자가 거주했던 공간 방역은 빨리 해주어야 하는가 아닌가.

속으로 시장이 바뀌어서 그런가 하며 내가 뽑지 않은 지금의 시장을 괜히 탓해보기도 했다.

자가격리 키트도 바빠서 지연될 거라 한다.

막연히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며칠 큰 애가 사용했던 미닫이 문이 있는  거실 방을 직접 소독하기로 했다. 이틀 밤을 환기도 시켰고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소독제를 뿌리면서  딸이 사용했을 옷과 이불을 소독제를 뿌리고 옷은 소독약을 탄 물에, 라텍스는 옥상 햇빛에 내다 널었다.

소독제를 공기 중에, 벽장에, 의자에, 테이블에, 마구 뿌리고  패브릭으로 된 쿠션과 베개는 쓰레기봉투에, 사용한 그릇들은 옥상 화분에 던져놓았다.

마른걸레로 한 번 더 소독제를 뿌려가며 가구와 바닥을 열심히 닦았다.

문손잡이도, 리모컨도, 선풍기도..

마음이 놓일 때까지 뿌리고 닦고를 하고 청소를 끝냈다.



잠시 삼십 분 뒤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방역을 할 건데 원하는지를 묻는다.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건가?

공간을 통한 감염은 희박한 건가?라는 의문과 함께

보건소가 바쁘구나 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방역 요청을 했다.



오후에 방역하시는 분들이 오셨다.

남편이 집 안내와 쓰레기를 전하고 - 코로나 확진환자가 사용한 공간의 쓰레기와 자가 격리자의 쓰레기들은 모두 의료용 폐기물로 버려야 해서 개인적으로 버릴 수가 없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분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시간이 지나고서야 집에 들어갈 수가 있어 우린  거주하지 않는 1층 빈 공간에서 1시간 30분을 꼬박 기다렸다  2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들의 집은 너무 태연했다.

무시무시한 감염병 바이러스가 머물렀을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었다.

반쯤 열린 거실 창문과 하얀 블라인드.

바닥에 한 두 개 떨어져 있는 밤색 레저 쿠션도..

전자레인지 아래 열 알 정도 남아있는 냥이들의 사료 그릇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어제와 똑같았다.

소독 냄새도 없었고 심지어 식기도 치우지 않아도 된다 하여 정말 있는 그대로의 오늘 아침의 집이 그대로 있었다.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코로나는 우리 집을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지금부터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불편과 불안은 어떤 모양일까.


내일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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