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 중 양성? 설마...
코로나 19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나이 오십 되도록 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남의 일일 것 같은 어려움들은 어느 날 불쑥 예고도 없이 아무 일도`아닌 것처럼 나에게 찾아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그럴 때마다 지나치게 놀라고 불안해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이런 종류의 불행한? 일들은 내가 아무리 방어하고 있어도 느닷없이 나에게 얼굴을 들이대었고 아무리 걱정을 해도 쉽게 지나가진 않았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불쑥 나의 일상에 쑥 들어왔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서서히 정리가 되는 것들이었다.
막내를 임신한 겨울 강 위를 차를 타고 달리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 가드레일에 차가 미끄러져 부딪힌 일도 그런 일들이었다.
큰 딸의 코로나 확진도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어제와 아무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했고 그 조용한 일상 속에서 불쑥불쑥 코로나는 우리를 그 고요함에서 불러내었다.
다행히 큰 딸은 시에서 운영하는 인근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동생들은 아마 많이 놀라고 불안했을 터인데 더 불안증이 심한 엄마를 배려해서인지. 걱정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성숙한 생각 때문인지 차분하게 자기의 일을 하며 지냈다.
남편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평범한 어느 주말처럼
우리 피자 시켜먹자. 이러며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검색을 시작한다.
번거로운 어플 다운부터 회원가입까지 하면서 할인쿠폰도 받는다.
넉넉한 양의 피자를 우리 가족은 평소처럼 아니 평소와는 다르게 남편도 아이들도 양껏 먹었다.
남들 한다는 자가격리기간에 배달음식으로 일상을 보낸다는, 2021년의 대한민국 서울의 여름을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자가격리가 시작되면 핸드폰에 자가격리 관리 어플을 깔아야 한다.
그래서 오전 오후 두 번 자가진단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물론 GPS도 연동이 되어 격리자의 위치 인증도 가능하게 한다.
늦은 오후에 일치감치 배달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자가진단 어플을 켜고 체온을 측정했다
37.2도?
뭐지?
삑 37.1도
다시
삑 37.3도
갑가지 심장이 급격히 빨리 뛰기 시작했다.
삑 삑 삑 삑
애꿎은 체온계만 수십 번 눌렀다 놨다를 반복한다.
왜 미열이 있는 거지?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가만히 있지 못한다.
남편이 그런 나를 진정시킨다.
여보 아닐 거야. 지금 더워서 그럴 거야
하면서 자기의 이마에 대고 체온을 잰다.
36.8도
둘째와 셋째의 이마에도 체온계를 들이댄다.
36.6동
36.7도
울고 싶어 졌다.
혼자 작은 방에 들어가 진정하려 앉았다.
7월의 날씨는 불안한 나의 마음에 불을 피우기 딱 좋은 온도였다.
37.3도
37.2동
여보 어떡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나는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다.
여보.. 지금 집이 너무 더워서 그럴 거야. 괜찮아
그리고 당신이 원래 평소에 체온이 좀 높잖아
그래서 추위도 많이 타고
에어컨을 틀고 좀 쉬어봐. 괜찮을 거야
언제나 사람들은 힘든 일이 닥치면 누군가의 말에 무조건적인 의존을 하게 된다.
그럴까?
나는 반쯤 울상이 되었다.
자가격리 중 음성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기사들을 심심찮게 뉴스에서 봤었다.
부리나케 인터넷 폭풍 검색을 해보았다.
자가격리 중 양성
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인터넷에 수많은 자가격리 중 양성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떴다.
당연히 검색어에 맞는 경우들만 검색이 된 건데도 나는 그게 모두일 거라는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 삼십 분이 지났을까
두근 반 세근 반 가슴을 안고 다시 체온을 쟀다.
36.7도
36.8도
36.6도
아... 팔다리에 힘이 다 빠졌다
아이들도 많이 놀랐던지
직접 와서 체온을 재보고 확인하고 돌아선다.
다행이다.
두 번째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