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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 진 Apr 27. 2020

혼족 독일생활 독립기, '칼트미테'와 '밤미테'

물리적인 의미에서 독립은 우선 부모님 혹은 가족과 거주지를 분리하고 혼자 사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통장잔고이다. 당장 내 몸 뉘일 공간을 구할 비용이 충분한지 혹은 내 월급과 신용도가 대출을 받는데 무리가 없는지를 체크해봐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집을 구할 때에는 만만치 않은 보증금의 큰 벽에서 다들 한 번씩은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나도 이십 대의 어느 날 독립을 꿈꾸었을 때, 서울에서 거실이 있는 집, 혹은 적어도 방과 주방이 구분된 공간을 구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 내 통장의 0의 개수를 보며 좌절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처음 독일에 가기로 결심했을 때로 이어졌다. 내가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독일에서 당장 집을 구해서 살 수 있을지, 생활비는 둘째치고, 우선 집을 구할 때 드는 보증금이나 집세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특히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장도 그만두고 독일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선언한지라 알량한 자존심에 차마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독일에서의 집 구하기는 비용 면으로만 보자면 한국에 비해 상당히 수월했다. 



독일에서의 거주 형태는 자가가 아닌 이상 대부분 월세의 형태이다. 월세는 칼트미테 (Kaltmiete)와 밤미테 (Warmmiete)로 나뉘는데, 칼트미테는 난방비와 수도 등의 부대 비용을 제외한 기본 집세이고, 밤미테는 난방비와 수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최종적으로 세입자가 매달 납부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 때 보증금은 법적으로 3개월 치의 칼트미테 이상을 책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예전에 살던 집의 경우 42제곱미터 크기 집에 칼트미테가 약 321유로, 부대비용이 약 115유로로 최종 밤미테가 436유로이었고, 보증금은 1개월 치 칼트미테인 321유로였다. 45만원이 채 되지 않은 보증금으로 집을 구한 셈이다. 보증금으로 3개월 치 칼트미테를 모두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보증금 135만원 정도로 독립된 방과 주방, 화장실은 물론 거실과 발코니까지 있는 집을 구할 수 있으니 보증금 부담은 사실상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집세 뿐 아니라 추가적으로 납부해야 할 전기세, 인터넷 요금 등까지 계산하다 보면 어느새 월 4-500유로를 훌쩍 넘는 고정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학교 주변의 기숙사를 선택하거나, WG라고 하는 공동 주거 형태를 선택하기도 한다. 



보통 독일의 대학교 주변에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숙사 뿐만 아니라 사설 기숙사도 많이 있는데, 꼭 그 학교 학생에게만 제한되지 않고, 학생이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또 졸업을 하더라도 당장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기간 동안은 계속해서 머무를 수 있다. 



기숙사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작은 주방과 개인 화장실이 딸린 원룸 형태 뿐만 아니라 층 마다 큰 주방과 화장실 및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형태 그리고 일반 가정집을 방 마다 다른 학생에게 세를 주어 한 집을 서너 명의 학생이 함께 사용하는 형태도 있다.



또 결혼을 한 학생 혹은 자녀가 있는 학생을 위해서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일반적인 집 형태의 공간을 기숙사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때 기숙사 비용은 그 형태에 따라 100유로 후반에서 300유로 초반까지 다양하다.



그 밖에 쉐어 하우스의 개념인 WG라고 하는 공동 주거 형태도 독일에서는 상당히 보편적이다. 한 명이 방이 여러 개 있는 집을 세 낸 후 각 방에 입주할 사람을 구해서 함께 거주하는 형태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집을 구하기 어려운 대도시나 집값이 비싼 동네 혹은 수입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이다. 월세가 천 유로 쯤 되는 집에 세 명 기준 각 3-400유로 정도만 내고 살 수 있으므로 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저렴한 보증금과 다양한 주거 형태들은 아직 고정 수입이 없거나 많지 않은 이십 대의 첫 독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의 이십 대에도 저렴한 보증금으로 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혹은 집이 먼 학생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입주자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기숙사가 있었더라면 나의 독립도 좀 더 빨리 시작되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이제서야 알기 시작한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라든가 나를 위한 공간을 꾸리는 방법,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십 년은 더 일찍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능동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혼자 사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내가 가장 즐겁고 행복한 방법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의 최고의 조력자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일코노미뉴스(http://www.1conomynews.co.kr)

* 현재 일코노미 뉴스에 독일에서 사는 삶에 대해 쓰고 있는 글을 저의 브런치에도 남깁니다.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최신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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