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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생각이 너무 많은 날에는

머릿속을 정리하는 3개의 통장

by 수요일

요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야 할 일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고,
잠깐이라도 멈춰 서면 온갖 걱정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이 길이 맞는 걸까?”, “내가 괜찮을까?”, “왜 자꾸 불안하지?”
같은 질문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흔든다.


생각이 많은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신중함의 증거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생각들이 질서 없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은 감정,
다가오는 마감에 대한 부담감,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막연한 죄책감까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짊어지고 있었으니
머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헤매던 어느 날,
문득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모든 돈을 하나의 통장에 넣고 썼다.
쓸 때는 편했지만, 한 달이 지나면
“대체 어디로 다 나간 거지?”라는 허탈한 질문만 남았다.


그러다 생활비, 비상금, 여유자금으로 나누어
통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돈의 흐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나만의 여유가 생겼다.
‘나누면 관리가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지금 내 머릿속도 그때와 똑같았다.
모든 생각을 한 통장에 뒤섞어 넣고 있었던 것이다.
감정인데 해석인 줄 알았고,
할 일인데 막연한 위협으로 느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나누듯,

생각에도 통장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하나는 감정을 위한 통장,
또 하나는 사고를 정리하는 통장,
마지막 하나는 오늘 집중할 일을 위한 통장.


감정은 감정대로 꺼내어 글로 적고,
생각은 생각대로 진짜 사실인지
아니면 그저 나의 해석인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오늘 가장 중요한 일 딱 하나만 정해서
그 일에 몰입하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생각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 안다.
생각은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누어 담는 것은 가능하다.


통장이 따로 있으면 돈의 흐름이 보이듯,
생각을 나누어 담으니 마음의 흐름이 보였다.
그제야 여유가 생겼다.


혹시 지금 생각이 많아 숨이 막힌다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저 너무 많은 것을 하나의 통장에 담아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나누는 일은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해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오늘 하루,
당신의 감정과 생각과 집중을
각각의 통장에 담아 정리해 보기를.
비워내는 게 아니라,

잘 담아두는 연습부터 시작해 보기를.


생각은 줄이지 않아도 된다.
나누기만 해도, 마음은 정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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