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해석> 사이
어느 날,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괜히 무거웠다.
어제 있었던 대화를 자꾸 떠올리면서,
상대방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그 말 속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었는지를 끝없이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 끝은 늘 똑같은 결론이었다.
‘역시 그 사람은 나를 안 좋게 보는 게 분명해.’
그런데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그럴까?”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저 ‘내가 본 표정’과 ‘내가 들은 말’이라는 단편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나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사실에 나만의 해석을 덧씌운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을.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감정이 뒤섞이면, 해석이 곧 진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을 분리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짐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후로 나는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습관을 들였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건, 진짜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만든 해석일까?”
예를 들어,
‘그 사람이 나를 무시했다’는 건 해석이다.
사실은 그저 ‘그 사람이 내 인사를 받지 않았다’일 뿐이다.
해석은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구분해보면,
내가 괜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생각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굳이 필요 없는 생각이라면,
그 자리에서 놓아줄 용기도 생긴다.
사고를 정리한다는 것은
억지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보고,
거기에 불필요한 해석을 덧붙이지 않는 연습이다.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 하나를 붙잡아 종이에 적어보자.
그리고 그 옆에 <사실>과 <해석>을 나누어 써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해석에 이끌려 다니던 마음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생각이 진실은 아니다.
사실과 해석을 나누는 순간, 마음이 비로소 숨을 쉰다.